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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든 낙타 방치해 사망하게 한 동물원 운영자 '동물 학대' 혐의 첫 기소

2022-04-01

질병 낙타 방치 사망케 하고 멸종위기 종 열악 환경 사육 혐의

대구지방검찰청 전경. 영남일보 DB

동물학대 의혹을 받은 대구 달성군 한 동물원의 운영자가 재판에 넘겨졌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불법 사육하고, 질병에 걸린 동물을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동물원 운영자를 '동물학대'로 기소한 최초의 사례다.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1부(부장검사 황우진)는 달성군 A동물원의 운영자 B(50)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야생생물보호법 위반, 동물원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 했다고 31일 밝혔다. 주식회사 A동물원 역시 동물원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B씨는 2020년 2월, 종양이 생긴 낙타를 치료 없이 방치해 죽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폐사한 낙타를 임의로 해체해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동물원에 먹이로 제공하기도 했다. 2019년 7월에는 환경부에 국제적 멸종위기종 사육시설 등록을 하지 않고 일본원숭이, 긴팔원숭이, 그물무늬왕뱀, 미얀마왕뱀 등 국제적 멸종위기종 8종을 사육한 혐의도 받는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은 특정 생물 종에 대해 거래를 제한하고 사육하는 경우의 시설 기준 등을 설정해 그 멸종을 방지하는 국제협약이다.

그러나 B씨는 이 협약 이행법률에서 정한 사육시설의 최소 기준도 준수하지 않은 채 무단으로 멸종위기 동물들을 사육했다는 것이 검찰 측 설명이다. 또 2020년 6~10월 동물원의 생물 종, 멸종위기종 현황, 변경 내역, 보유, 생물 반입·반출, 증식 및 사체관리에 대한 기록을 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해 2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동물원의 동물학대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구경찰청은 내사에 착수했고, 동물보호단체는 같은 달 10일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경찰은 검찰로 동물원법 위반 부분에 대해 송치했으며, 검찰은 지난 1월 추가 압수수색과 보완 수사, 환경청과 현장 합동 점검 등을 벌였다.

한편 CITES 멸종 위기 동물 8종은 환경청 보호시설인 서천 국립생태원 및 B씨가 운영하는 다른 동물원으로 이관됐다. 단, 낙타 1마리는 계속 A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동물원의 사육 상황들을 살펴 공판 과정에서 양형에 반영 하겠다"며 "동물복지를 위한 국제 협력 움직임에 발 맞춰 향후에도 국내 동물학대 범죄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