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간사가 3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추경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1일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윤석열 정부 출범 후로 늦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현 정부의 협조를 받지 않고 '윤석열 정부'의 추경안을 시행하겠다는 것으로 인수위의 입장 변화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인 추경호(대구 달성군) 의원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큰 틀에서 추경은 인수위가 주도적으로 작업하고 실무적인 지원은 재정 당국에서 받겠다"며 "(추경안 국회) 제출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하겠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추경의 방향, 내용, 규모, 제출 시기 등은 오롯이 윤석열 정부에서 결정하고 진행한다"며 "그러니 현 정부의 의사 결정을 책임지는 분하고 상의를 하고 그분이 협조하면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공식적으로 '현 정부의 협조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2일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추경에 대해 "빠르면 현 정부에 추경 요청을 할 수도 있고 (현 정부가) 안 들어주면 정부가 출범하면서 바로 준비된 추경안을 (국회로) 보내는 방안을 신속히 추진해야 할 것 같다"며 '속도'를 강조한 바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지난 28일 회동에서 추경 편성 필요성에 큰 틀에서 원칙적으로 공감하면서 양측은 실무협의를 통해 규모와 내용, 시기 등을 조율할 계획이었다.
입장 선회 배경에 대해 추 의원은 "입장이 특별히 바뀐 것이 아니다"라면서 "다양한 견해가 일부 있었으나 우리는 원래 생각이 현 정부에서 윤 정부의 뜻을 담아 제출하고 국회 심의를 통과할 추경이 현 정부의 이름으로 제출되는 것 자체가 일단 어색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와) 협의를 한다는 의미는 인수위에서 작업하더라도 각종 기초자료와 실무 협조는 여전히 현 정부로부터 받아야 한다는 맥락에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은 인수위는 지지부진한 실무협의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신의 임기 내 추가 추경 편성에 강하게 반대하는 점 등을 고려해 '새 정부 출범 후 제출'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추 의원은 "제가 알기론 경제부총리가 1차 추경을 할 때도 소극적이었다"며 "홍 부총리 입장에서는 곧 퇴임을 앞두고 있어 본인 스스로 여러 생각에 복잡할 수 있으나 그건 오롯이 홍 부총리의 정책 영역으로 두려 한다"고 말했다.
추경 규모는 일부 변경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추경 규모와 관련한 질문에 추 간사는 "윤 당선인이 지난번 50조원 손실보상 등에 관해 이야기했고 그 와중에 지난번 1차 추경이 있었다"며 "50조원도 (그동안의) 스토리를 잘 봐야 한다. 많은 함의가 있는 숫자"라고 말했다. 이는 16조9천억원 규모의 1차 추경도 50조원 손실보상에 포함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발언으로 풀이된다. 1차 추경 때 방역지원금과 손실보상 등에도 재원을 투입한 만큼, 2차 추경은 30조원대로 편성해 50조원을 맞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윤 당선인은 경제분과 업무보고에서 "불필요한 지출의 구조조정으로 대출 지원·신용 보증·재취업 교육지원 등을 포함한 50조원 손실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인수위는 해당 발언을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으로 전하면서 처음에는 '코로나 추경 관련' 발언이라고 밝혔다가 이후 '코로나 손실보상 관련' 발언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언급한 '50조원'이 추경 규모가 아닌 손실보상 전체 규모와 관련된 것이라는 의미로 보인다. 이는 손실보상은 50조원 규모로 진행하되 추경은 이보다 적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추 의원은 "추경 규모와 재원 조달, 내용, 재원 조달 관련 지출 구조조정, 적자국채 발행 여부, 금융시장과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등이 상호 연계돼 있어 인수위 기간에 그런 부분을 충분히 검토하며 추경 편성 실무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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