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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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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퓰리처상을 수상한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 등 4개 부분을 휩쓴 영화다. 하버드대 출신 배우 토미 리 존스가 역을 맡은 늙은 보안관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노인의 경험과 지혜가 쓸모없어지고 더 이상 노인이 대접받을 수 없게 되는 현실을 상징한다. 대한민국도 효(孝) 문화가 사라지면서 점점 노인을 위하지 않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서울 지하철에서 젊은 남성이 80대 노인에게 폭언과 욕설을 퍼붓는 유튜브가 공개되어 공분을 샀다. 젊은 남성은 '인생 똑바로 살아라' '인간 같지 않은 ××야' '그 나이 먹고 차도 하나 없어서 지하철 타고 다니냐' 등의 패륜적 발언을 쏟아냈다. 얼마 전에는 지하철에서 젊은 여성이 나이 든 사람에게 욕설을 하면서 휴대폰으로 피가 나도록 머리를 때리는 동영상이 공개된 적도 있다.

보건복지부의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2016년 한해 1만2천9건이던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2020년에 와서 40%가 더 늘었다. 노인 학대의 경우 주로 신체적 학대가 일어날 때 신고하는 경우가 많아 정서적 학대까지 포함한다면 실제 학대 건수는 더 많을 것이다. 노인 학대는 부양자의 부양 부담과 스트레스 및 학대 행위자의 성격적 문제에서 비롯되겠지만 노인 공경의식 저하라는 사회문화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급속한 사회 변화 속에서 '살아본 경험'의 무게감이 급격하게 약화되면서 노인의 위상과 권위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노인들의 삶은 점점 힘들어진다.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과 주문 매장의 키오스크(kiosk) 앞에서 노인들은 당혹스럽다.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KTX 열차표 구하기 전쟁에서도, 웹사이트로 예약해야 하는 이건희 컬렉션 관람권 구입에서도 노인들은 언제나 패자다.

뇌과학자들은 태어나 처음 10년 동안의 환경에 의해 뇌가 완성된다고 한다. 뇌의 하드웨어는 변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만 변한다는 것이다. 노인들이 부딪치는 지금의 환경과 속도는 자신의 뇌가 자랐던 시대와는 판이하다. 그러니 젊은이들에게 물어야 하고 늘 젊은이들의 뒷전에 설 수밖에 없다. 지금의 젊은이들 또한 마찬가지로 자신이 늙은이가 되면 자신의 뇌가 형성되던 시대와는 다른 시대를 살 것이 분명하니 현재의 노인들과 같은 처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젊은이들이 자신의 미래인 노인들을 배려해야 하는 이유다. 노인들을 소외시키지만 젊은이들에게 풍요로운 삶을 누리도록 해주는 기술 발전은 바로 앞선 세대인 노인들의 피와 땀의 결과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도 노인을 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노인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인 네덜란드는 노인을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매년 건강, 음식, 여가 등 다양한 주제와 아이템을 갖춘 노인박람회를 열어 노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노인전문방송 채널을 운영하며 노인 전문잡지도 발간한다. 노인을 위한 정당을 만들어 노인의 권익을 위한 정책도 개발한다.

문명비평가인 아놀드 토인비는 만약 지구가 멸망하고 인류가 새로운 별로 이주해야 한다면 지구에서 꼭 가지고 가야 할 제일의 문화는 '한국의 효(孝) 문화'라고 극찬했다. 노인을 공경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하는 사회가 된 오늘날 '한국의 효 문화'가 더욱 간절해진다.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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