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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TALK] '개관 30주년' 갤러리신라 이광호 대표 "30년 동안 미술계 지켜 고생했다고 박서보·이강소가 작품 빌려줘"

2022-04-14

일찌감치 추상예술분야 주목
척박한 토양에 씨뿌리고 물줘
개념미술·미니멀아트에 무게
도날드 저드 등 대구에 첫소개
관람객 30% 서울 등서 찾기도

[TALK&TALK] 개관 30주년 갤러리신라 이광호 대표 30년 동안 미술계 지켜 고생했다고 박서보·이강소가 작품 빌려줘
이광호 갤러리신라 대표는 "개관 이후 30년 동안 '개념미술'과 '미니멀 아트'에 포커스를 두고 일관성 있게 전시를 하고 있다"면서 "고객 취향을 따라가는 화랑이 아니라, 자신만의 특색을 갖는 당당한 화랑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박서보·이강소·이우환·김창열·윤형근.

현재 국내 미술시장에서 최고급 몸값을 자랑하는, 소위 '잘 나가는' 작가 5명의 작품이 한자리에 내걸렸다. 15일로 막을 내리는 갤러리신라 개관 30주년 특별전 'Now and Then : 1992-Present'에서다. 이들 5명은 모두 30년 전인 1992년 갤러리신라 개관전에 전시됐던 작가이기도 하다. 갤러리신라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처음'의 의미를 되새기고 새로운 30주년을 준비하기 위해 30년이 지난 오늘, 다시 이들을 소환한 것이다. 30년 전에 이들은 어땠을까.

이 궁금증을 시작으로 지난 12일 만난 이광호 갤러리신라 대표는 "당시에는 구상작가들이 각광을 받던 시기로, 100을 기준으로 할 경우 구상 작품의 인기가 90~100이었다면 추상 작품은 30~50에 불과했다. 지금은 구상 작품이 10 정도 수준이고 추상은 120~130까지 가며 완전히 상황이 역전됐다"면서 "오늘의 관점에서 이들 5명의 이름으로 전시가 빛나 보이는 것이지, 30년 전에는 척박한 토양에 씨를 뿌리고 물을 줬던 셈"이라고 했다.

현재 작품당 수억 원을 호가하기도 하는 이들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면 '부자 화랑'이겠다 싶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번 전시 작품 중 화랑 소장품은 한 점도 없다고 했다. 모두 박서보·이강소와 고객인 컬렉터들이 빌려준 것이란다.

"박서보, 이강소가 30년 동안 미술계에 몸 담으며 고생했다고, 가상하다고 빌려줬다. 자기 재산을 빌려주는 건데 신의가 없으면 빌려주겠나. 

이 대표는 "이번 전시를 위해 낸 작품 보험료만 1천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 지원을 받는 미술관도 아니고, 개인이 하는 화랑에서 입장료도 안 받고 사비로 이런 전시를 하는데 지역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안 갖고 대구 시민들도 많이 보러 오지 않는다. 관람객의 30% 정도가 서울에서 오고 제주도에서 비행기 타고 오는 분도 있는데, 대구 시민의 비중은 절반 정도에 그친다. 심지어 대구 작가와 대학 미술 교수들이 전시장에 안 오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좋은 작품을 보면서 배우기도 하고 자기 반성도 하는 건데…. 하지만 개의치는 않는다. 안 보면 자기 손해니까"라며 섭섭한 심경과 쓴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영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미술에 대한 관심으로 컬렉터 활동을 했다. 직장 생활 10년 후, 결국 직접 갤러리를 운영하기로 마음먹고 1992년 5월 갤러리신라의 문을 열었다.

갤러리신라는 개관 이후 '개념미술'과 '미니멀 아트'에 포커스를 두고 30년간 흔들림 없이 전시를 하고 있다. 잘 안다고, 선배라고 전시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미술 역사에서 꼭 점검해 봐야 하는 작가의 작품을 갤러리에 거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그렇다 보니 혹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히기도 하고, 그래서 30년간 모든 전시에 일관성이 있다는 호평을 듣기도 한다.

미술의 본질에 다가가려 애쓰고 새로움을 추구하다 보니, 갤러리신라에서 전시한 뒤 이름을 알린 작가도 꽤 있다. 미니멀아트 창시자인 '도날드 저드', 일본 모노하 핵심 멤버인 '키시오 수가', 프랑스 유명 화가 '니엘 토로니', 미국 출신 조각가 '프레드 샌드백' 등이 대구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

반면 그림을 잘 못 파는 화랑으로도 통한다. 이 대표는 "개념도 어렵고 하다 보니 판매가 잘 안 된다"면서 "서울 작가들 사이에서 그림 못 파는 화랑, 하지만 전시를 해야 하는 화랑으로 거론된다. 갤러리신라에서 전시하고 10년 뒤에 하면 돈 된다는 얘기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화랑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소신을 분명히 드러냈다.

"화랑은 돈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공간이 아니다. 문화를 발신하는 기지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돈 잘 버는 화랑과 좋은 화랑은 다르다. 많은 화랑이 고객의 취향을 따라가고 돈을 좇아가지만, 갤러리신라는 자기만의 특색을 갖는 당당한 화랑이 되고 싶다."

지난해 7월 서울 삼청동에 분점을 낸 갤러리신라는 새로운 30년을 위한 새로운 준비에도 한창이다.

이 대표는 "전시도 하면서 새로운 방향성을 '연구'할 것"이라면서 "미술사 연구, 작가 연구 등을 통해 미술 연구서를 출판할 계획이다. 그 첫 번째로 '모노하'에 관한 미술 연구서가 오는 9월 출판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글·사진=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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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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