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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의 세상 보기] 작은 아이디어가 사람들의 마음을 품다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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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도시철도 3호선 명덕역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붙은 발빠짐 주의 안내표. 이와 같은 크기와 식별력을 가진 휠체어 탑승칸으로 표시가 필요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돌아왔다.

학창 시절이 생각난다. 이날만 되면 항상 대구 우방타워(지금의 이랜드)에 가 놀이기구도 타고, 이쁜 꽃들과도 인사하며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다. 하지만 짜증이 나기도 했다. 브라운관에서는 잘 다루지 않던 장애인들의 삶을 유독 이날에만 비춰주고, 정치인들은 장애 체험을 명목으로 휠체어 타기와 봉사활동을 한다.

시간이 흘러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그만큼 비장애인들에게는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사회 서비스가 장애인에게는 어려운 장벽이 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배리어프리(barrier-free) 운동'이다. 이 운동은 선진국 등지에서 휠체어 탄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다름없이 편하게 살자는 뜻에서 주택, 공공기관을 지을 때 문턱을 없애자는 뜻이다.

이 운동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영화의 경우 화면을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화면 해설·대사 및 음악·소리 정보를 한국어 자막을 통해 모든 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배리어프리 버전 영화가 있다. 많은 이들이 함께 편하게 사는 세상을 위해 노력해 주는 것이 고맙다.

최근 공당(公黨) 대표가 쏘아 올린 사회적 이슈에 관한 글을 쓰고 싶지도 않고, 많은 사람이 그에 관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좀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말해보고 싶다.

중증장애인 1급의 필자가 늘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지하철이다. 휠체어 이용자가 탈 수 있는 칸이 정해져 있다. 열차를 기다리는 승강장에 휠체어 칸을 알려주는 장애인 마크는 바닥에만 표시돼 있다. 그 점이 아쉽다. 왜 바닥에만 있을까?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장애인이나 외지에서 놀러 온 장애인 관광객은 장애인 좌석을 찾으려면 바닥만 보며 다녀야 한다. 전동휠체어로 이동하는 장애인이라면 전방을 보며 운전하랴, 휠체어칸의 위치를 확인하랴, 힘이 두 배로 든다. 다른 사람들과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그게 뭐 어렵다고?' 말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것을 대체할 수가 있다면 연구나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대구도시철도 3호선 명덕역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붙은 안내 표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정확히 잘 보이진 않지만, 식별은 가능하다. 이런 방식으로 조금 더 큰 크기로 장애인 좌석을 안내하는 표지가 있다면 어떨까? 앞을 보며 걷거나 움직이는 것, 길을 찾는데 최우선이다. 그러나 사람들과 눈 마주치며 소소한 이야기로 미소를 건넬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상대와 평등 하고싶다고 해서 평등해지는 것이 아니다. 평등은 어느 한쪽이 아닌 쌍방의 믿음으로 형성되는 게 관계다.

마치 물이 휴지를 적서 분해되는 것처럼 각기 다른 인간들이 눈으로 서로를 바라봐 주면 4월 20일은 그냥 평범한 날이 될 것이다.

글·사진=이준희 시민기자 ljoonh1125@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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