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안민영씨
10년째 산재 환자의 마음의 소리 경청
집단심리회복 프로그램 안내하고
외부 지원금 신청 등 도맡아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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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학정동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사회복지사 안민영(오른쪽 앞)씨가 '집단심리회복 도예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환자와 대화를 나누며 흙으로 그릇 빚는 것을 돕고 있다. |
"산재 등 사고로 입원한 환자들이 자신의 불완전해진 신체를 받아들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재활치료를 통해 회복하고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상담이 필요한데, 환자의 힘든 마음을 경청하고 지지하며 응원하는 일이 바로 병원 내 사회복지사의 주된 임무입니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원장 정희, 대구 북구 학정로) 직업사회재활실에서 10년째 근무 중인 사회복지사 안민영씨. 그는 이제 입원환자 사이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꼭 있어야 할 사람'으로 통한다.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에겐 집단심리회복 프로그램을 권유하고,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환자에겐 외부 지원금 신청을 해주고, 정보가 부족한 환자에겐 정확한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 진통제에 의존하던 한 환자는 안씨 덕분에 '집단심리 회복 도예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약을 끊었다. 이 환자는 "도예 활동에 집중하다 보니 통증도 잊게 됐다"고 했다.
안씨는 120여 명의 산재 입원환자를 혼자서 상담하고 있다. 하지만 일을 미루거나 피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안씨는 "병원에 사회복지사가 있다는 사실에 환자와 가족이 생소해 하고 놀라워한다"며 "환자들이 입원부터 퇴원까지 긴 병원생활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무사히 사회에 복귀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진다. 특히 산재 환자에게 뭘 해줄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안씨가 사회복지사의 길을 걷게 된 데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자신의 어머니 문영옥(경북 칠곡·60)씨를 자격증 없는 '인간 사회복지사'라고 부르는 그녀는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늘 도움이 되셨던 분이다. 그걸 보고 자라서인지 남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항상 '엄마'의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안씨의 첫 근무지는 충북 음성군 노인복지관이다. 그곳에서 어르신을 '베이비시터'로 양성(?)해 어린이집으로 파견하고, 글을 모르는 어르신에겐 한글을 가르쳤다. 그렇게 4년을 열정적으로 보낸 결과, 보건복지부 상을 받았다.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던 중 대구 달서구 노인대학에 파견 나갔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어르신들이 댄스를 하고, 소풍을 가고, 그 안에서 로맨스까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 것. 시골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안씨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시골에서도 어르신들이 멋있게 노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결혼 후 대구로 오게 된 안씨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1년간 정신건강 전문요원 수련 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을 취득했다. 심리적인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전문적인 상담을 해주기 위해서다. 그렇게 해서 동산병원 정신병동에서 2년간 근무를 했고 이후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 입사했다. 재활을 포함한 의료영역에서의 전문적인 역할 수행을 위해 이번엔 의료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대학원 과정까지 마쳤다. 이외 잡코디네이터 3급, MBTI 일반강사 자격 취득 등 전문성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안씨는 "이 일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성격적으로도 맞아야 하고 경험도 많아야 한다"면서 "병원에서 사회복지사를 만나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한 환자 곁에서 늘 함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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