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실족사가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 동산상가 내 계단 곳곳에 '넘어짐 주의'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 동산상가에서 발생한 실족사 이후 서문시장 내 노후화 건물에 대한 개선책일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후화가 불가피한 전통시장의 딜레마라는 시선도 있다.
지난 7일 오후 서문시장 동산상가 내 계단을 내려가던 60대 여성 A씨가 계단에서 떨어지는 사고(영남일보 4월8·18일자 보도)가 발생했다. 당시 인근 시민과 구급대가 응급조치를 시행하고 A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A씨는 끝내 숨졌다.
당시 사고를 목격한 동산상가 한 상인은 "서문시장 일대 상당수 계단이 경사가 가파르고 건물도 낡아 상인뿐 아니라 고객들도 이 곳을 오가길 불편해 한다"고 전했다.
동산상가 내 계단 등 시설에 대한 안전 우려는 과거부터 계속해 제기돼 왔다.
사고 이후 영남일보 취재진이 찾아간 동산상가 3층에는 엘리베이터, 승강기 등의 시설이 없어 계단 외에는 출입할 방법이 없었다. 동산상가뿐 아니라 서문시장 다른 건물 중에서도 금이 간 벽이나 바닥에 드러난 전선, 높낮이가 다른 계단 등 노후화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주부 한모(여·46·대구 북구)씨는 "매번 시장에 올 때마다 계단이 많고 경사가 가파른 편이어서 엘리베이터가 있는 2지구를 제외하고는 층수가 있는 건물들에 올라가기 너무 어렵다"며 "시장이 워낙 오래돼 시설 보강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했다.
실제 화재 후 2012년 새로 지어진 2지구를 제외하곤 나머지 서문시장 내 건물들은 1970~1980년 사이 준공됐다. 19일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서문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1지구는 1976년 준공돼 지어진 지 46년이나 됐다. 이 때문에 2지구 건물을 제외하고는 과거의 건축법령에 따라 건물이 지어진 상태다.
대구시청과 중구청 관계자오 안전진단전문가 등이 19일 서문시장을 찾아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
하지만 상가 측은 당장 뚜렷한 해결책 제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동산상가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시설 중 하나인 계단만 해도 현행법에 맞추기 위해서는 상가 바깥으로 밀고 나오든지, 바깥 부지를 침범해야 한다"며 "결국 노후화된 건물 보강을 위해서는 신축 밖에는 방법이 없는데, 동산상가에만 800가구가 넘는 상인이 장사를 하고 있어 이들에게 장사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답답해 했다.
서문시장 한 상인회 관계자 역시 "건물이 많이 노후화되고 지금의 건축법에 맞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건축 당시 법에는 적합한 건물들이었다. 이에 정기적인 점검으로 사고를 방지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 등의 노후화된 건물에서 안전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에 대한 보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정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대개 지자체에서 안전 진단 점검을 하면 소방 등 정기 진단을 위주로 확인한다. 하지만 이제 계단 등 건축물의 구조적인 문제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좋다"며 "실질적으로는 계단을 재설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형수 건축구조기술사 역시 "전체적인 안전 점검을 통해 심각한 순서대로 정밀 점검을 하고 사안에 따른 순위를 매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와 구청이 어떻게 시설들을 보완할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중구청 관계자는 "대구시와 중구청은 매년 서문시장 안전 관리 점검을 통해 시설물 안전에 대한 사항을 먼저 지원하고 있다. 이번 동산상가 계단 안전에 대한 부분도 상가 관리자, 전문가 등과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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