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을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 탈락자들의 '패자부활전'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당 지역구 현직인 홍준표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며 대구시장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데다 이를 쫓는 김재원·유영하 예비후보의 단일화가 사실상 불발되면서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이 한창 진행 중임에도 수성구을 보선에 눈길이 더 쏠리고 있다.
20일 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 예비후보와 유 예비후보는 지난 17일과 18일 단일화를 위한 회동을 가졌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홍 의원이 유리한 구도를 유지하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만약 홍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되면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들이 수성구을 보궐선거로 유턴해 리턴매치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지난 18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3명이 맞붙을 경우 홍준표 의원이 대구시장 후보로 유력하다"며 "홍 의원이 대구시장으로 빠지면 그의 지역구를 놓고 유영하와 김재원 두 사람이 치고받을 것 같은데 이것이 대구시장 선거보다 훨씬 더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TBC 대구방송에서 열린 '제8회 지방선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토론회'에서도 수성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대한 공방이 오갔다. 김 예비후보가 유 예비후보를 향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달성군 유가읍에서 멀리 떨어진 수성구 파동에 거처를 정한 게 다른 목적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질문했다. 유 예비후보가 거처를 얻은 수성구 파동이 수성구을 선거구에 속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유 예비후보는 "수성구 파동이 홍준표 의원의 지역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면서 "그런 오해가 있을 순 있지만 굳이 변명하지 않겠다. 시민 여러분들께서 판단해 달라"고 받아쳤다.
이 같은 관측이 나오자 지역 정치권에선 즉각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 자리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낙방하고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라면서 "더군다나 이들 중 수성구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지역에 대해 잘 아는 후보도 없지 않느냐"고 했다.
한편, 현재 수성구을 보선 출마 후보군에는 대구시장 선거에 나섰으나 컷오프된 정상환 예비후보와 권세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 이인선 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정순천 전 대구시의회 부의장,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 등이 거론된다. 이 중 정 예비후보의 경우 대구시장 선거사무소를 수성구 두산동에 마련해 보궐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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