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훈 경제부기자 |
지난 2월 문화부에서 경제부로 자리를 옮긴 후 주택건설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불과 1년여 전까지 경제부에서 같은 업무를 맡았기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새 부서에서 연착륙하리라 기대했지만 오산이었다. 호황이었던 대구지역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있어 적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3년 전만 해도 청약경쟁률 고공행진 기사가 연이어 지면을 장식했었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아파트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정부의 금융 및 세제 규제에도 아파트값 변동률 그래프는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이후 1년 남짓한 시간이 흐른 현재, 지역 부동산 시장 판도는 180도 바뀌어 있다. 지난해 말 이후 대구의 아파트 가격은 꾸준한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대구지역 분양 단지들의 청약성적도 신통치 않다. 지난 2월 기준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만 4천561가구로 집계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식 집계 외 물량까지 포함하면 대구에 7천가구가량의 미분양 물량이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2월 미분양 물량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구지역 주택경기가 침체했던 2011년의 8천672가구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정부가 공급확대를 기치로 내걸며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걱정이 크다. 그동안 공급이 부족했던 수도권과 달리 대구는 주택 공급과잉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새 정부의 정책이 대구에서도 효과적으로 작용할지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난맥상이었던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또한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 촉발된 것이기에 지역사회의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라지만 대구지역 서민의 주거여건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호황 때는 높은 청약경쟁률이 내 집 마련의 발목을 잡았지만 지금은 이미 올라버린 집값과 높아지기만 하는 금리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구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있는 등 기존의 부동산 규제도 여전해 대출마저 어려운 상태다.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도 '승자의 저주'를 겪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주택거래마저 뚝 끊긴 가운데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이들은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부디 새 정부가 지역 특성을 고려한 주택 정책을 펼쳐 대구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켰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임훈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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