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20424010003146

영남일보TV

[송국건정치칼럼] 홍준표, '여의도 정치 단절' 선언하라

2022-04-25

이명박 정부의 박근혜처럼
윤석열 정부에서 홍준표가
미래권력 자리매김 위해서
정권과 늘 충돌할 가능성
선거 전 市政전념 약속해야

[송국건정치칼럼] 홍준표, 여의도 정치 단절 선언하라
서울본부장

홍준표 의원의 압승으로 끝난 국민의힘 대구시장후보 경선 결과는 두 가지 큰 의미가 있다. 첫째, 5년 만에 재등장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더 이상 '선거의 여왕'이 될 수 없음을 수치로 확인했다. 유영하 변호사가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박근혜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었음에도 본선에 진출한 3명 중 꼴찌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이 후원회장을 맡아 지지 영상을 찍고, 과거 '친박' 정치인들이 유영하 캠프에 다수 포진해 박정희 전 대통령 향수까지 자극했지만 소용없었다. 대구시민 대다수는 박 전 대통령의 달성 낙향을 정서적으로 환영하지만 정치적으론 분명한 선을 그은 셈이다. 이는 한 시대가 '과거'로 흘러갔음을 의미한다.

두 번째 의미는 대권을 노리다가 실패하고 셀프 하방(下放)한 홍준표가 앞으로 4년 동안 대구 시정(市政)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박 전 대통령 경우와 달리 시민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칠 '미래'의 일이다. 홍준표가 본선을 거쳐 시장이 되면 과연 대구시민을 행복하게 해줄까. 5선 국회의원에 당 대표를 역임했으며, 두 번 대통령에 도전했고, 재선 경남도지사를 하는 동안 지방행정의 역량을 쌓은 홍준표. 정치력과 행정능력, 인맥까지 풀가동하면 훌륭한 시장이 될 수 있는 완벽한 커리어다.

문제는 홍준표의 야심이다. 그는 시장선거 출마를 앞두고 '하방'이라고 했다. 하방은 '낙향'과 다르다. 언젠가는 다시 중심지로 올라가기 위해 절치부심한다는 뜻이 담겼다. 실제로 홍준표는 대선 3수(修)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대권 도전 디딤돌로 시장 자리가 필요했을 거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경우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본인이 얘기한 대로 4년 동안 대구를 완벽하게 리모델링해서 그 업적을 바탕으로 5년 후 대선에 다시 출마하는 길이다. 그런데 이 길은 험난하고, 여의도 정치무대에서 성과를 인정받기도 어렵다. 그래서 홍준표는 다른 길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몸은 대구에 있으면서 실제로는 여의도 정치를 하는 길이다. 이 길을 택하면 여의도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시정은 팽개치고 국정에 참견하게 된다. 특히 같은 진영인 윤석열 정부와도 사사건건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 '현실권력'과 차별화되면서 '미래권력'으로 자리매김하는 까닭이다.

홍준표는 아마 '박근혜 모델'을 염두에 둘지도 모른다.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 5년 동안 사사건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충돌했다. 세종시 수정안, 4대강 사업, 미디어법 같은 굵직한 국정현안을 놓고 MB정부를 자극했다. 당사자로선 '여당 속의 야당' 역할을 한 셈이지만 제도권 야당과 보조를 맞춰 국정 발목잡기를 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홍준표는 대선 때도 인터넷 공간에 팬덤을 구축해 놓고 윤석열 후보에게 부담이 될 글들을 올렸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도 여의도 정치 참견이 충분히 예상된다. 그러나 홍준표는 박근혜 때와 다르다. 만일 시장에 당선된다면 대구시민의 삶을 보살피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둘 다 하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권에 괜한 시비를 거는 시장이 있는 곳에 예산이 제대로 배정될까. 홍준표는 최소 4년간 여의도 정치와는 단절하겠다고 선언하고 시민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약속한 뒤에 어기면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서울본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