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일부터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되는 가운데, 마스크를 쓴 대구시민들이 동성로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영남일보DB |
지난 2020년 우리에게 '코로나19'라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이름도 낯선 바이러스와 마주하며 살아간 지 어느덧 3년 차가 됐다. 그 사이 수 많은 이들이 코로나19에 확진됐고, 이제 방역당국은 조금씩 일상회복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5월2일부터는 실외에서는 마스크도 벗을 수 있다.
일상회복의 문 앞에 서 있지만, 아직도 코로나19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스트레스다.
◆자가격리 끝난 확진자들 "생활지원금·유급휴가비, 선택하기도 난감"
시민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지원들이 사라지거나 축소될까 고민이다. 이런 가운데 자가격리가 끝난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생활지원금·유급휴가비 신청과 지급을 두고 난감해 하고 있다.
지난 25일 코로나 감염병 등급이 2급으로 내려갔다. 의료체계 적응을 위한 이행기를 거친 후, 4주(잠정) 뒤인 5월23일부터 치료 및 생활 지원의 변경 정책이 적용된다. 즉 이날부터 코로나 치료비는 건강보험과 본인 부담으로 전환되며, 생활지원비와 유급 휴가비 역시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외 마스크 착용의무 해체 첫날인 지난 2일 대구 팔공산을 찾은 시민들이 등산로 입구를 지나면서 마스크를 벗고 산행길에 오르고 있다. 이자인기자 |
하지만 생활지원금과 유급휴가비 신청을 두고 확진자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유급휴가비를 받는 회사와 생활지원금을 받고 싶어 하는 개인의 눈치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직장인 이모(29·대구 북구)씨는 "코로나에 확진돼 일주일간 자가격리를 했다. 몸이 좋지 않았지만 몇 가지 자잘한 업무들을 수행했고, 그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며 "하지만 생활지원금과 유급휴가비를 두고 회사에서 '업무 했다는 기록이 없으면 회사가 유급휴가비를 받을 수 있도록 격리 해제서를 달라'고 요청해 어떤 지원금을 받아야 할 지 난감했다. 결국 지금까지도 지원금 신청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지원금에 일부 시민들은 서둘러 생활지원비를 신청해보지만 애매한 지원금 지급 날짜로 답답함을 호소한다.
직장인 정모(52)씨는 "이달에 확진돼 자가격리가 끝났다. 무급 휴가였기 때문에 생활지원금을 신청했는데 빨라도 5~6월은 돼야 들어 온다고 들었다"며 "2~3월쯤 지원금을 신청한 친척도 5~6월에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지급이 늦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같은 코로나 확진자인데 과거에 걸리면 지원금을 많이 받고, 후에는 적게 받는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같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대구시 희망복지과 관계자는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4주 뒤 이행기가 끝나고 생활지원금 및 유급휴가비 지원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지, 아직 확실하게 지원금이 중단된다고 말하긴 어렵다. 현재 대구도 중대본의 지침에 맞춰 생활지원비 신청 및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생활지원금 외에 대구에서는 긴급복지지원, 희망가족돌봄지원 등으로 생활이 어려운 시민들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미리 걸릴 걸"…격리 면제·지원금 중단에 미확진자들 '웃픈' 불평
최근 코로나 미확진자들 사이에선 "차라리 코로나에 일찍 걸릴 걸…"이라는 '웃픈' 불평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 하향에 확진자 격리 의무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코로나 미확진자들 사이에선 '그 전에 코로나에 빨리 걸렸어야 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직장인들의 경우, 확진 시 지원되는 유급 휴가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아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직장인 배모(26·대구 북구)씨는 "정부 방침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아픈 건 똑같이 아픈 건데 누구는 유급휴가를 받고 누구는 병가를 써야 하는 게 아쉬운 마음이 있다"며 "억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지원금에도 차이가 있어서 형평성 문제도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32·대구 달서구)씨도 "팀원들이 잇따라 확진되면서 어떤 날엔 야근도 하는 등 업무를 지원해야 했다. 미확진자도 확진자만큼 힘들었는데 뒤늦게 코로나에 걸리면 편하게 쉬지도 못 한다니 억울한 마음도 든다"며 "요즘엔 조금이라도 아프면 자가진단 키트를 해 본다. '다 걸려야 끝나는 코로나'라는 말이 있듯이, 솔직히 차라리 유급휴가가 사라지기 전에 코로나에 걸렸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 않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코로나에 확진됐다가 완치된 시민들은 이를 두고 '몰라서 하는 소리'라는 반응이다.
코로나 완치자 김모(28·대구 북구)씨는 "코로나에 걸리고 2~3일은 목이 너무 따갑고 오한이 심해서 정말 힘들었다"며 "완치된 지 두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잔기침을 하는 등 후유증이 크다. 코로나는 무조건 안 걸리는 게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또한 일반 의료체계로의 전환은 '출구 전략'이며, 코로나 후유증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섣부른 생각을 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김신우 경북대 의과대학 교수(감염내과)는 "일상회복으로의 시도는 전 세계적 경향이기도 하고, 의료 시스템과 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는 종합적 판단이 작동하는 것"이라며 "일부 환자들은 오랫동안 집중 장애, 인지 장애 등을 겪기도 하고 후유증들이 심한 상황에서 '미리 감염될 걸'이라는 생각은 다소 성급한 판단이다. 새로운 변이가 생기면 또 재감염될 수도 있는 것인데, 다 걸려야 끝난다는 말도 과도한 표현"이라고 경고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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