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약령시 한방 특구가 폐지 위기에 놓이면서 대구 중구청과 상인들이 대처 방안 모색에 나서고 있다. <대구 중구청 제공> |
중소벤처기업부가 특구법을 개정하면서, 대구 중구 '약령시 한방특구'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
약령시 한방특구는 2004년 한방문화사업과 약령시의 발전을 위해 대구 중구 남성로 일대 등 16만7천㎡(5만606평)을 대상으로 지정된 지역특화발전특구다. 하지만 최근 약령시 한방 특구 존폐 위기가 거론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지난 1월 '규제자유특구 및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이하 특구법)'을 일부 개정하면서, '특화특구의 지정기간의 종료 이후 1년 이내에 특화특구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계획 변경 또는 해제 신청이 없는 경우'를 지정 해제 요건에 추가했다. 또 주민 재산권 제한이 없는 등 일부 특구는 주민 공청회 개최, 지역특구위원회 의결 등의 과정 없이 중기부의 지정 해제가 가능토록 했다. 이에 따라 중기부의 자체 판단으로 특구를 직권 해제가 가능해 졌다.
2일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현재 약령시 한방특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없다. 2004년 특구로 지정된 이후 진행된 사업안은 총 11개로, 이 중 2004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약령시 한방 문화 축제를 제외하고 모두 만료된 사업이다. 때문에 중구청은 신규 사업 부재 등의 이유로 중기부 직권 해제 대상에 한방 특구가 포함될까 우려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약령시 한방특구 해제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한방 특구 지정 후 약령시 한방문화축제 기간을 제외하고는 관광객 유치가 어려웠던 데다 2008년 노무현 정부의 지역특구 제도에 대대적인 손질이 예정되면서 한방 특구 폐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후 2011년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약전 골목 인근에 개점하면서 상권이 재편돼 약전골목의 상당 부분이 잠식당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중기부 한방특구 지정 해제 움직임이 전해지자, 약령시 관계자들은 특구 사수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약령시보존위원회 관계자는 "약령시는 오랜 전통을 가진 대구만의 독자적인 문화를 가진 곳으로 지켜야 하는 장소 중 하나다.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중기부가 특구를 해제할 수 있다고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많은 관광객이 유치될 수 있도록 주차장 조성, 관광지의 집적화 등을 통해 민·관이 합쳐서 특구를 위한 장기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대구시, 중구청 등 지자체의 '안일한 행정'을 지적한다. 약령시의 한 상인은 "한방 특구가 지정된 지가 10년이 넘었다. 그런데 중구청 등 관련 지자체는 매년 개최하는 약령시 한방문화축제 외에 상인과 관광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을 관광 사업은 진행하지 않았다"며 "뒤늦게 중구청이 중기부 개정안으로 한방 특구가 해제될 수 있으니 새로운 사업안을 짜자는 것 자체가 특구 운영을 안일하게 생각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중구청 관계자는 "지난 1월 법안이 개정됐지만, 아직 한방 특구가 해제될 것이라 확정하긴 어렵다. 다만 오는 7월 개정안이 시행이 예정되면서 특구 폐지에 대한 가능성이 열린 것은 맞다"며 "현재 상인들을 만나 새로운 사업안 구상하는 등 특구가 해지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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