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20524010003006

영남일보TV

[기고] 의료진 분열시키는 간호사법 유감

2022-05-25

[기고] 의료진 분열시키는 간호사법 유감
이준엽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지난 22일 서울에서 '간호법'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비롯해 보건의료 10개 단체가 반대해온 간호법 제정안이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 위원들의 기습 상정과 날치기 처리로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됐기 때문이다.

대한간호사협회와 민주당의 주장대로 단순히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헌신한 간호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함이 법안의 목적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현행 의료제도의 근간인 의료법은 왜 의사법, 치과의사법, 한의사법, 조산사법, 간호법으로 구분해 입안되어 있지 않고 의료법이라는 큰 틀 안에 다 함께 들어 있을까 하는 의문 안에 모든 답이 들어 있다.

한 국가의 의료 시스템은 각 직역 별로 따로 존재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의료라는 것은 각 의료전문인이 맡은 바 임무를 의료법 테두리 내에서 서로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호법은 단순히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내용보다 간호사의 권한 확장에 방점이 있어 타 직역과의 마찰을 필연적으로 초래해 간호사의 처우 개선의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의료 시스템 전반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에 간호사를 제외한 모든 보건의료 직군에서 반대하는 것이다.

코로나 유행 당시 간호사만 고생한 것이 아니라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등 여러 직군이 다 함께 고생했고 모든 의료인의 근무환경이 열악한데 굳이 다른 직종은 열외로 하고 간호사 처우만 개선한다고 간호법을 발의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진정 간호사의 처우개선을 위한 법률을 만들고자 한다면 그와 유사한 법률이 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일명 전공의법)이 그 좋은 예다. 환자의 안전과 우수한 의료인력 양성을 위해서 제정된 법으로, 의료법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직역의 업무 규정보다는 전공의의 권익 보호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법을 벤치마킹한다면, 의사협회나 의사들도 간호사의 처우개선에는 100% 찬성이다. 하지만 처우개선과 업무 규정 개편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런 모든 논란의 발단에는 사회구조의 변화가 깔려 있다.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에 대비해 선제적인 의료 시스템을 확충할 필요성은 시대적인 명제다. 합리적인 대책의 수립이 절실하지만 그렇다고 영역을 넘어서 간호사에게 의사업무를 분담시키는 것은 환자 안전이라는 큰 명제를 위태롭게 할 소지가 다분하다. 기본적으로 의사의 진료와 간호사의 간호는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간호의 범위를 지역사회라는 장소까지 확대해 두어 방문 간호제도의 법적 안정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이는 왕진의 개념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많고 특히 전문간호사 제도를 통한 간호사의 업무 범위 확장은 향후 진행될 시행령에 따라 어떤 식으로 변형되고 확장될 수 있을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의료라는 시스템에는 의료인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작업치료사 외에도 요양보호사까지 의료와 관련된 아주 많은 직역들이 존재하고 각자의 업무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간호법으로 간호를 독점하게 되면 의료 시스템 전반에 엄청난 문제가 발생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간호법은 간호사를 제외한 모든 의료 관계 직역들이 반대하는 법안이다. 코로나19로 지친 대한민국 의료진에게는 간호사만이 아닌 모든 의료진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 간호법은 간호사와 다른 보건의료 직역 간 갈등만 초래하는 근시안적인 악법이다.

이제 공은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해 본다. 의료진을 분열시키는 악법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

이준엽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