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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곤 논설위원 |
지방소멸과 지역균형발전은 식상한 주제이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지방에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일자리는 대기업이 가장 많이 창출한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대기업 유치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물류 문제 해결과 인적자원의 원활한 수급 없인 성사되기 어렵다. 수출입이 가능한 공항과 항만, 사통팔달의 도로교통, 두꺼운 소비층이라는 전제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기업이 오지 않는다. 최근 통계는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기업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의미 있는 통계를 발표했다. 매출액 기준 상위 1천개 기업 중 152개 수도권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의 지방 이전 및 지방 사업장 신·증설에 관한 의견을 조사했다. 그 결과 대기업 10곳 중 9곳인 89.4%는 지방이전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지방의 사업 환경이 해외보다 좋다는 응답은 35.5%, 해외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57.9%였다. 이전 희망 지역은 과반 이상인 55.3%가 대전·세종·충청을 선호했다.
부산·울산·경남(16.4%), 대구·경북(11.2%)은 뒷전이었다. 지방이전 장애요인으론 교통·물류(23.7%), 인력(21.1%), 규제(12.3%), 사업장 부지확보(12.1%)를 꼽았다. 대기업이 투자처로 경기와 충청을 선호하는 이유는 빠른 물류 이동과 인재 확보의 이점 때문이다. 이 장벽을 넘지 못하면 대구경북을 비롯한 충청 이남으로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혁명적 역할 없인 지방의 일자리 창출과 대기업 이전은 불가능에 가깝다.
일차적으로 새 정부가 나서야 한다.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이 새 정부 임기동안 배터리, 바이오, 인공지능 등 신산업 분야에 총 1천조원이 넘는 투자를 하기로 했다. 고용인원만 60만여 명에 이를 전망이다. 새 정부는 지방소멸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수도권 과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수도권 과밀은 여러 부작용을 양산하지만 특히 출산율 저하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직장은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다. 그럼에도 천정부지의 수도권 집값은 젊은이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앗아갔다. 결혼을 해봤자 집도 없는 신세인데 출산은 꿈도 꾸지 못한다. 대기업의 탈(脫)수도권화만이 인구 분산과 수도권 집값 하락, 출산율 증가로 이어진다. 새 정부는 대기업의 지방 투자 촉진을 위해 특단의 정책을 펴야 한다. 7월부터 시작하는 지방정부도 규제 완화와 사업장 부지 제공, 세제혜택, 대학혁신에 나서야 한다. 대구경북의 미래 역시 대기업 유치에 달렸다.
민선 8기 대구경북의 지방자치 시대는 달라져야 한다. 대기업의 투자기회를 잡기 위해선 잘못된 정책은 과감하게 수정해야 한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어떻게 디자인하는 것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설 나머지 지방공항과 차별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미래의 먹거리가 될 큰 그릇인 공항후적지를 단지 수변도시로 만들겠다는 순진한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신공항 특별법을 포괄적으로 새 단장할 필요가 있다. 미래차와 로봇, 철강, 반도체 등 지역의 강점을 살린 대기업 투자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각오와 분발을 기대한다.
김신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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