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물질 악용 방지책 마련 목소리도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사건' 범인이 범행에 사용한 인화물질(휘발유) 출처에 관심이 모인다. 사진은 대구의 매장에서 구매한 석유 자바라. |
지난 9일 발생한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의 범인이 범행에 사용한 인화물질(휘발유)을 어디서 확보했는지에 관심이 모인다. 경찰은 방화범 A씨가 거주한 아파트와 그 일대 주유소 등을 확인하고 있으나 사건발생 일주일이 지난 17일 현재까지 휘발유 구매 기록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휘발유 구매 시기와 방법 확인은 A씨가 언제부터 범행을 계획했는지를 밝히는 단서가 될 뿐 아니라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조력자 여부를 알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주유소 탐문에서 A씨의 휘발유 구입 시기와 구입처 특정이 잘 이뤄지지 않자, 휘발유 출처가 주유소가 아닌 다른 곳일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온다.
휘발유 확보 경로에 대한 여러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확률은 낮지만 자신이 직접 차량에서 휘발유를 확보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유 펌프(속칭 '뽁뽁이' '자바라')를 이용하면 차량 내 일부 휘발유를 채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긴 막대와 빨간색 펌프, 배출구가 한 세트로 구성된 석유 자바라는 시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장비다. 실제로 대구 북구 유통단지 일대에선 석유 자바라를 묶음째 판매하는 매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 내 연료가 완충에 가까울 경우 충분히 자바라를 통해 기름을 뺄 수 있다"라며 "과거에는 이러한 도구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기름을 훔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범행 지역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휘발유를 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농촌에선 예초기에 넣을 용도로 소량의 휘발유를 주유소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 이외에도 1회에 3~5ℓ까지 지급하는 자동차 보험 비상 급유 서비스를 활용해서도 휘발유를 구할 수는 있다.
인화물질은 일상 속에서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얻을 수 있어, 악용 방지를 위한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4일 방문한 대구 한 공단 인근의 매장에는 18ℓ시너(속칭 '신나')가 겹겹이 쌓여있었다. 이 업체에는 총 7~8가지 종류의 시너를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최대 18ℓ부터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0.9ℓ까지 용량도 제각각이었다. 이날 방문한 업체 역시 간단한 사용 용도만 물을 뿐 별다른 제지가 없었다. 업체 관계자는 "주변에 공장이 많다 보니 의심 없이 물건을 건네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일 발생한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으로 7명이 사망했다.
글·사진=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