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시장 시대 '대구 백년대계 설계하자'] (4) 대구시 'ABB 육성'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견인할 첨단제조업에 요긴하게 활용될 이른바 'A(AI)·B(Big data)·B(Block chain)'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통해 '유망기업 유치→산단 제조공장 확장→양질의 일자리 확보'로 연결되는 산업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수도권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대구 이전에만 목메지 말고 첨단업종 전환을 갈구하는 기업이 원하는 ABB 관련 연구개발 인력을 갖추면 기업 투자유치의 문도 활짝 열릴 것이라는 바람이 녹아 있다.
◆대구를 바라보는 수도권 기업과 구직 청년의 현실 인식
대구시는 늘 수도권 등에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걸어왔지만 기대만큼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현실의 벽만 실감해야 했다. 이는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달 초 수도권에 거주하며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 301명을 대상으로 '지방 근무에 대한 청년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이 지방 근무를 기피한다고 답했다. 서울을 제외한 희망 근무지역(복수응답)은 '수원·용인'(64.1), '평택·충주'(31.9%), '세종·대전'(25.9%) 등 순이었다. 대구·전주 근무 희망자는 고작 14.9%에 그쳤다. 충청권 밑으로는 근무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기업의 상황인식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상위 1천 개 수도권 기업을 대상(152개사)으로 '기업의 지방 이전 및 지방 사업장 신·증설에 관한 의견'을 조사했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응답 기업의 89.4%는 '이전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이전할 상황이 생긴다면 이전 희망 지역으로 '대구경북'을 꼽은 기업은 11.2%에 불과했다. 제2의 수도권으로 불리는 '대전·세종·충청'(55.3%)' 선호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대구보다 더 남쪽에 치우쳐 있는 '부산·울산·경남'(16.4%)에도 밀린다. 몇 가지 진중하게 곱씹어봐야 할 대목은 발견할 수 있다. 지방 이전 장애 요인으로 대기업들이 '교통·물류'(23.7%), '기존 직원의 퇴사 등 인력확보 애로'(21.1%), '규제'(12.3%), '사업장 부지 확보'(12.1%) 등을 언급한 점이다.
◆기업유치 만큼 중요한 인력 양성센터 유치에 승부를
차별화를 내세우는 홍 당선인은 'A·B·B' 분야를 콕 찝어 이들 업종 관련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기업도 유치하겠다고 했다. 적잖은 부침은 있겠지만 허무맹랑하지는 않다. 인공지능은 대구가 국가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육성하는 자율주행차나 로봇산업의 센서기술과 연동돼 있다.
의료·뇌·자동차 관련 데이터 축적 및 서비스 구현을 목표로 한 빅데이터도 대선 공약(미래 디지털데이터 산업거점도시 조성)을 토대로 하면 수도권에 쏠린 데이터전문기업(81%)·데이터센터(74.4%) 일부를 대구로 분산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블록체인 경우 선점하려는 부산과 기업 유치 경쟁을 해야 한다.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구시가 새로 장착하려는 반도체의 경우 이미 기흥· 평택·화성·용인 등 경기에 산업 인프라를 뺏긴 상태지만 통합신공항 개항시점을 토대로 반전을 노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체계적 인력양성 시스템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2018년부터 가동되고 있는 '삼성SW아카데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도 구미 등 전국 4~5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아카데미는 삼성이 직접 역량을 갖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까지 2천300명이 취업에 골인했으며, 수료생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국민은행·현대차·현대모비스·카카오 등에 취업했다.
글로벌 기업인 독일 바이엘은 자사 기술교육센터를 운영해 회사에 필요한 인력의 5배수를 선발해 집중 교육시킨 뒤 남은 인력은 중소기업에 공급한다. 자기만 생각하지 않고 중소기업에 기술인력을 공급하는 게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여긴 것이다. 애플은 포스텍과 손잡고 올해부터 포항에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와 '애플 제조업 연구개발 지원센터'를 운영한다. 대구가 관심있게 봐야 할 부분이다. 이재훈 아이스퀘어벤처스 대표는 "대구는 동대구 KTX, 수성IC, 서대구역 등이 전국적 교통 허브가 조성돼 있어 대기업의 운영 노하우가 있는 인력양성센터 유치에 유리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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