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소 빌딩 화재사건 현장에서 관계당국의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사건'의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아찔한 방화 혹은 방화 미수 사건이 잇따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27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9시45분쯤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병원 응급실 입구에서 60대 남성 A씨가 방화를 시도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병원 관계자가 즉시 진화에 나서면서 불은 초반에 꺼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는 팔과 허리 등에 2도 화상을 입었고, 환자와 의료진 등 47명이 놀라서 대피해야 했다.
A씨는 인화물질을 뿌린 뒤 불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 12일에는 부산에서 50대 남성 B씨가 파출소에 불을 지르려다 붙잡히는 일도 있었다.
B씨는 당일 오전 7시40분쯤 인화물질이 든 생수통과 라이터를 들고 부산의 한 파출소를 찾아 방화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이 B씨가 생수통을 든 채 출입문을 잠그는 것을 제지하면서, 다행히 화재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최근 타 지역에서 잇따른 방화 혹은 미수 사건에 대구시민들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특히, 특정 사안에 불만을 품은 인물이 다수가 있는 공간에 방화를 시도한 점에서 약 2주 전 대구에서 발생한 끔찍한 방화사건을 떠오르게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구의 50대 직장인은 "각종 방화 범죄에 취약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라며 "방화로 인해 불특정 다수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유사·모방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지난 9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조타운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는 일이 있었다. 대구경찰은 방화사건으로 보고 관련 수사를 진행해왔다.
배상훈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프로파일러)는 "가해자가 한 번에 다수를 공격해 분노를 표출할 방법을 찾아 방화를 저지르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이의 범행을 보며 '저 사람은 저렇게 했는데, 나는 이렇게 해야지'라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라며 "모방범죄는 전염병 같은 것이라 범인 자신의 상황에 맞게끔 변이가 되기도 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사실인데, 관계당국이 간과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런 형태의 범죄와 모방범죄에 대해 경찰 등 관련 기관이 논의기구를 통해 사전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분노 표출형 방화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지역에 심리상담 공간 등 완충 영역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관련 사건 발생 시 가해자에게 섣불리 서사를 부여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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