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까지 아트스페이스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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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민 '물결' |
산책을 한다.
집 주변의 산책로를, 바닷가를, 발길 닿는 대로 걷고 또 걷는다. 강물을 만나고 다리를 만나고 나무를 만나고 파도를 만난다. 이른 새벽이나 해가 지고 난 이후의 산책을 고집한다. 그때가 회화적인 영감이 샘솟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산책을 통해 만났던 공간의 풍경과 그 풍경이 머금고 있던 바람과 온도, 공기, 빛, 어둠을 화폭에 담는다.
신준민의 개인전 '산책(La Promenade)'展이 오는 7월2일까지 아트스페이스펄에서 열린다.
신준민은 이전 작업에서 동물원과 야구장 등 장소성이 분명한 곳을 그렸다. 하지만 이번 작업에서는 특정한 장소성을 드러내기보다는 오감으로 다가오는 풍경을 캔버스에 담았다.
작가는 풍경을 사진으로 담고 작업실에 돌아와서는 그때 온몸으로 느꼈던 풍경을 회화로 펼쳐낸다. 그날의 심리나 정서에 따라 그렸다가 지우기도 하고 일부를 제외하기도 한다. 때론 물감이 뒤엉켜 흘러내리고 겹치게 하고 때론 휘몰아치는 붓질을 하면서 그날의 풍경을 흔적으로 남긴다.
신준민은 "이번 전시에서는 그날의 산책에서 느낀 온도나 바람, 소리처럼 시각적으로 보이지만 손으로 잡을 수 없는 어떤 심리적인 요소와 더불어 촉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적 요소를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작가는 시인처럼 덧붙인다.
"내가 그림을 그리듯 풍경도 그림을 그린다. 그날의 풍경을 그린 건 우연히 마주한 그날의 풍경이 그곳을 그려주었기 때문이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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