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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투자수단으로 인식된 미술품...코인처럼 차익 남기려 매수…예술안목 아닌 '카더라' 믿고 사기도

2022-07-11

코로나 영향 호황 누리는 미술시장에 기획세력 등 개입 혼탁

"셀럽이 샀다더라" 등 예술적 가치 상관없이 구매한 사람 늘어

작품 구매는 작가·갤러리 성장 지원하는 일…길게 내다봐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투자수단으로 인식된 미술품...코인처럼 차익 남기려 매수…예술안목 아닌 카더라 믿고 사기도
지난해 열린 대구아트페어. <영남일보 DB>

"요즘 그림을 눈으로 보지 않고 귀로 봅니다. 후에 반드시 수업료를 치를 것입니다."

대구의 한 갤러리 대표는 일부 미술 컬렉터들의 행태에 일침을 가하는 말을 했습니다. '안목'이 아니라 '카더라'를 통해 그림을 사고 있는 행동을 꼬집은 겁니다.

문화부로 인사 이동이 돼 미술을 담당한 지 1개월여 지났던 지난 4월에 들었던 이 말은 이후에도 계속 제 귀에 강한 여운으로 맴돌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귀로 그림을 보고 소개했던 것이 아닌가 반성을 하게 됐고 각성하는 계기도 됐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귀로 본다는 것은 '이 사람 뜬다더라' '유명 셀럽이 샀다더라' '큰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다' '가격이 더 오른다더라' 등의 말에 현혹된다는 뜻일 것입니다.

이 같은 감상 행태는 미술시장에 짙게 침투된 투자 개념과 궤를 같이합니다.

미술 작품은 예술적 가치와 투자적 가치가 함께 자리합니다.

다수의 지역 갤러리 관계자들은 "예전에는 그림이 좋아서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투자'를 이유로 작품을 매입하는 경우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최근 경기 침체,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미술시장 호황세가 한풀 꺾였다고는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역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미술품이 주식과 코인과 같은 투자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마치 숫자로 평가받는다는 느낌마저도 듭니다. '카더라 정보'의 양산, 묻지마 투자, 투기성 짙은 기획 세력의 개입 등으로 미술시장이 혼탁해졌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광호 갤러리 신라 대표는 "현재 미술시장은 건전한 미술시장이 아니다. 자본의 병폐다. '된다더라' '누가 샀다더라' 등 소위 '가스라이팅'에 놀아나는 형국"이라면서 "진정성을 알고 사는 것인지, 비싼 작품 갖고 있다고 돈 자랑을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왜 이 그림이 좋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림은 공유하는 것으로 선순환의 기능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투자가 나쁘다는 얘기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미술은 다른 재테크 상품과는 다르다고 미술계 종사자들은 일관되게 이야기합니다. 예술 작품에는 작가의 영혼, 시간, 노력,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창작과 감상의 선순환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요하다고요.

복수의 미술계 전문가들은 "미술품에서 단기 수익을 기대하지 말라. 10년 이상 내다보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유명 작가의 작품이라고 모두 좋은 것도 아니고 작품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재판매가 쉽지 않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미술품 구입은 작가와 함께 성장하고 갤러리가 좋은 작가,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일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좋은 작품은 소비자가 만든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고도 했습니다.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장은 "똑똑한 소비자가 똑똑한 제품을 만들어 낸다. 제품에 문제가 있거나 부정적 행동을 한 회사의 제품을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으면 그 회사는 도태된다. 미술품도 마찬가지"라고 밝혔습니다.

미술품에 대한 진정한 투자는 무엇일까요. 그림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림이 주는 위로와 자극, 즐거움에 대한 감흥 없이 투자적인 것으로 작품을 매입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일까요. 당신은 그림을 눈으로 보십니까, 귀로 보십니까. 여러분은 어떠하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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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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