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바다' 등 메모 발견...피의자 사망해 실체적 진실 규명에는 한계
지난달 9일 화재가 발생한 수성구 범어동 빌딩 내부 변호사 사무실이 검게 그을려 있다. 영남일보DB |
'대구 변호사 사무실 빌딩 방화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피의자 사망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고, 건물주와 관리 책임자 등을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대구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수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일부에 대해 사법처리했지만, 방화 피의자가 현장에서 사망하면서 사건의 실체적인 진실 규명은 결국 한계에 부딪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범행 동기는 피의자 A(53)씨가 소송에 계속 패소하게 되면서 상대 측 변호인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A씨의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디지털포렌식한 결과 그는 올해 1월 "변호사 사무실을 불바다로 만들고자 휘발유와 식칼을 오래 전에 구매했다"라는 내용의 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또 A씨는 지난해 6∼7월에도 방화 사건이 발생한 변호사 사무실에 협박성 전화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이 같은 행위는 실제 범행으로 이어졌다. 지난 달 9일 A씨가 벌인 방화사건으로 7명이 사망한 것. 사망자 일부에게선 '예기 손상'(끝이 뾰족하거나 날이 예리한 흉기에 의한 손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사건 현장에서는 흉기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흉기가 A씨의 범행도구로 추정하나, 그가 왜 사망자 증 2명에게만 자상을 입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A씨의 흉기가 사망자들이 신속히 대피하지 못하게 하는 '위협의 도구'로 쓰였을 가능성은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밖에 A씨의 휴대전화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까지 지인들에게 보낸 협박성 문자 3건 정도가 발견됐으나, 이번 사건과는 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건물의 구조적 문제 등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하지만, 건물의 문제가 사망자들의 사망에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사망자들은 불이 붙고 짧은 시간 내에 바로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건물 자체의 구조적 문제점 혹은 소방시설 유지, 관리상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봤고, 그 과정에서 건물 각층의 비상구로 통하는 통로와 유도등 이 누구나 식별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지 않고, 구획된 사무실 벽에 가로막혀 있음을 확인했다"라며 "평소 건물의 소방시설 등 관리 소홀이 피해 확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건물 관리 책임이 있는 5명에 대해 소방시설법 또는 건축법,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