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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미디어 핫 토픽] 공간과 호명 그리고 장소

2022-07-29

▶용산 대통령실에 이름을 붙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공모를 받았고 최종후보로 '국민의집' '국민청사' '민음청사' '바른누리' '이태원로22'가 추려졌다. 그렇지만 일단 무산되고 그냥 '대통령실'로 부르기로 했다. 기자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태원로22다. 이태원로22는 영국 총리실의 주소이자 별칭인 '다우닝 10번가'를 참고했다. 그냥 '대통령실'은 심심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개인차일지도.

▶영남일보 사옥은 대구 동구 신천동에 있다. 5~7층을 영남일보가 쓴다. 다른 층도 일부 있지만 일단 빼자. 5층은 기자가 일하는 디지털국·광고사업국·독자지원국이 있다. 6층에 편집국이, 7층엔 경영지원실·논설실·임원실이 있다. 기자는 디지털국을 '5층', 편집국을 '6층', 경영지원실을 '7층'이라고 한다. 모두가 그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층수를 말하면 영남일보 구성원들은 대충 알아듣는다. 이렇게 쓰고 보니 자신이 없어졌다. "아닌가? 나만 그런가?"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시청의 이름을 바꿨다. 본관은 동인동 청사, 별관은 산격동 청사가 됐다. 기자는 지금 사는 집에 20년 가까이 살았다. 대구 시내 어디를 가더라도 동선의 절반은 지금의 대구시청 산격동 청사를 지난다. 지금의 산격동 청사가 대구시청 별관이 된 것은 2016년이다. 그전까지 경북도청이었다. 그러니까 그곳을 안 지 14년간 경북도청이었다. 아직도 가끔 그곳을 '도청'이라고 부른다. 의식하고 그러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기자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지금 살고 있는 이 동네로 이사 왔다. 그때 친구들에게 신도시인 '○동'은 생소했다. 스무 살이 돼 대학에 가 "○동에 산다"고 하면 "거기가 어디야?"라고 되묻기 일쑤였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다음부터는 기억하는 이도 있었다. 지금도 '○동'이라고 하면 '아 걔네 동네'라며 기자를 떠올리는 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빈 곳(空間)에 의미가 채워지면 '장소'가 된다. 그러면 자연히 이름을 부르게 된다. 호명이 곧 의미를 채우는 과정이다. 집으로 가는 이정표인 '도청', 사무실이 있는 '5층', 엄마가 기다리는 '○동' 우리집.

여러분은 빈 곳에 어떤 의미를 채우고 어떤 이름을 부르고 장소로 바꾸셨을지.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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