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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9일 오후 영남대 인근인 경산 압량읍 한 분식점에서 당원, 지지자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 이후 3주째 전국을 유랑하고 있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대구를 찾았다. 지난 29일 경산에 있는 영남대를 시작으로 사흘째 대구권 지역을 돌고 있다. 당 지도체제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되면서 정치적 최대위기에 처한 이 대표가 '당 최대 주주'인 TK에서 지지세 결집을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 될 경우 이 대표는 징계가 끝난 후에도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영남일보 취재 결과 대구 동구 동대구역 인근에 숙소를 마련한 뒤 TK 일정을 소화한 이 대표는 31일 자신의 SNS에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지 말라 했더니, 이제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하려는 것 같다"며 "저 자들의 우선순위는 물가안정도 아니고, 제도개혁도 아니고, 정치혁신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저 각각의 이유로 당권의 탐욕에 제정신을 못 차리는 나즈굴과 골룸 아닌가. 국민들이 다 보는데, My precious(내 소중한 보물)나 외치고 계속 외치고 다녀라"라고 일갈했다. 나즈굴과 골룸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캐릭터다. 나즈굴은 원래 인간 왕이었으나, 사우론이 준 권능의 반지를 끼고 타락한다. 골룸은 친구를 죽여 '절대 반지'를 가로챈 뒤 이에 집착하며 괴물이 됐다. 당 안팎의 비대위 체제 전환 논의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도 대구에서 당원들과 번개모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30일) 이 대표는 칠성시장과 수성못 등을 찾은 뒤 대구 모처에서 당원·지지자 등과 '번개 모임'을 가졌다. 앞서 지난 29일에는 영남대 인근 경산시 압량읍에 있는 한 분식점을 찾아 당원·지지자, 대학생 등과 함께 '쫄면 번개'를 가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원 40여 명과 함께 분식을 나눠 먹으며 2시간30여 분 간 대화를 나눴다.
이 밖에도 대구를 찾은 이 대표가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만남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홍 대표가 이 대표의 행보를 비판하면서도 "나는 이 대표의 모든 점을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어서다.
지난 12일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잠행 중인 이 대표는 TK를 일주일째 돌고 있다. 단일 지역으로는 가장 오랜 기간 머무르는 셈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보수의 심장'으로 불릴 만큼 당 지지세가 강한 TK에서 이 대표가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확보하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정치적으로 가장 큰 위기를 맞은 가운데 당원 숫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TK의 보수 지지층과 당원을 끌어안아 자신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키우려는 행보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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