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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가운데 개의 3시간이 다 되어가자 의원석이 많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
새 정부 및 여당의 위기 상황에서 대구·경북(TK) 정치권의 '실종'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TK가 80%에 가까운 지지로 윤석열 정부 탄생의 1등 공신 역할을 했지만, 정작 지역 국회의원들은 유례없는 출범 초기 지지율 하락 및 여당의 위기 국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초선 의원의 패기도, 다선 의원의 리더십도 보이지 않는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당 내에서 TK 의원들의 목소리는 사실상 없다시피하다. 일부 초선 의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는 당 초선의원 63명 전원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친윤계로 분류되는 부산의 박수영 의원이 성명서를 올리자 '동참'을 표한 정도다.
이는 당 내 일부 의원들이 개인 성명이나 보도자료를 내고, 또는 SNS를 통한 의사표명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더욱이 영남일보 취재에 따르면 지역 의원들은 최근 권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의 '문자 사태' 등 논란에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는 모습이다. A의원은 "지역 의원들이 해당 논란에 말을 아끼는 모습"이라고 언급했으며 B의원은 "지금은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다", C의원은 "대답하기 곤란하다"며 대부분 말을 아꼈다.
이처럼 당내외 현안에 TK 정치권이 '존재감' 없이 무기력한 모습이 지속되면서 지역 의원들에 대한 실망감도 높아가고 있다. 실제로 21대 국회 들어 '가덕도 공항 특별법'의 무기력한 통과 및 대구경북통합신공항특별법의 상임위 통과 무산, 군위 대구시 편입 문제 등 주요 현안에서 TK 정치권은 '조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처럼 중요한 현안마다 구심점이 없고 힘을 모으지 못하는 상황은, 과거 지역 기반의 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내에서 지역 다선의원들이 당의 전면에 나섰던 것과도 대조적이다.
TK는 국민의힘 지지기반이자 '핵심'으로 불리는 지역이지만, 현재 최고위에 지역의 목소리를 대표할 TK 의원은 전혀 없다. 원내지도부에도 투톱인 원내대표와 정책위 모두 타 지역이며 원내수석부대표에 송언석(김천) 의원 정도만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여당에서 지도체제가 어떤 방식으로 정리가 되더라도, 향후 지도부에 TK 정치권이 이름을 올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앞선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5선이 주호영(대구 수성구갑) 의원이 거론되고 있지만, 차기 주자들이 이미 '공부모임' 등으로 몸풀기에 나선 것과 달리 주 의원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역의 한 정치평론가는 "최근 TK의 상황은 매번 당 지도부의 무리한 공천으로 인재풀을 키워내지 못하면서 초선 중심이 된 구심점이 없는 정치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당과 국정 난맥 상황에서 당의 지지기반에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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