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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종교의 정치 오염

202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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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논설실장

경남 양산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풍경이 눈에 밟힌다. 한쪽에선 보수·극우 단체나 유튜버들이 확성기로 찬송가를 틀어놓고 욕설하는가 하면, 또 한편에는 마을 주민들이 불경을 틀어 맞대응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첨예한 갈등의 현장에는 어김없이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미국 백악관 앞에서 노끈으로 동여맨 커다란 십자가를 붙들고 기도하거나 군중 틈에 뭔가를 외치며 팔을 치켜드는 사람의 모습이 외신을 타고 들어온다. 미국 내에서 '민주주의의 위협'이란 우려를 낳는 장면이다. 평산마을 전경과 오버랩된다.

돈, 정치 오염, 성(性), 우상화. 교리적 판단이 어렵다면 외양으로 이단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기준은 이 4가지다. 주목하는 것은 현대 이단 종교의 열 중 칠팔은 '정치 오염'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정치 세력화는 자신의 불안정한 위상을 공인받으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일종의 신분 세탁용이다. '이단(unorthodox)'에서 '정통(orthodox)'으로 전환하는 데 유용한 시프트 키인 셈이다. 정치 오염은 기성 종교의 건강성을 따지는 데도 쓸모있는 잣대다.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 그 자유에 대해 왈가왈부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거나 공동체 존립과 충돌할 경우 건전한 비판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종교'는 저널리즘의 영역에서 조심스러운 주제다. 그런데 최근 '종교'가 레거시 미디어의 주요 뉴스로 등장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심각한 논쟁거리다.

미국의 '백인 기독교 민족주의', 일본의 '통일교'. 두 나라에서 급부상한 두 가지 논쟁은 우리와 무관치 않다. 미국의 '백인 기독교 민족주의' '우파 복음주의'는 한국 기독교의 뿌리이며 지금껏 한국 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레이건 이후 공화당 출신 모든 대통령 후보가 기독교 우파의 지지에 힘입어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었던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비주류 이단아 트럼프 역시 이들이 있었기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그가 대선에 떨어지자 '하나님, 총, 트럼프'를 새긴 티셔츠를 입은 시위대가 경찰에 폭력을 행사하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 차기 대선에 그가 출마하는 순간 공화당 후보는 물론 본선 승리가 유력하다니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베 피격 이후 일본 언론에 하루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뉴스가 '통일교와 자민당 커넥션'이다. 현역 의원 112명이 통일교와 연루됐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문선명 어록에도 나온다. '아베 계파, 13명이었는데 내가 88명으로 키워줬다'고 했다. "특정 종교단체와 아베가 가까운 관계여서 노렸다"는 용의자 진술이 나오자 '이건 통일교가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한 국내 종교인이 적잖았다고 한다. 한때 논란이 된 책 '반일○○주의'의 출판에 관련된 사람들과 특정 종파와의 연결고리가 발견되더라는 보고도 있다. 특정 정파의 한일 네트워크에 종교가 개입된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오염된 종교가 가진 검은돈, 일사불란한 조직, 맹목적 충성심은 정치 세력에 매우 매력적이다. 동원정치에 익숙한 우리에겐 더욱 그렇다. 그래서인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일부 정치적 사건이나 대구시장 선거를 비롯한 각종 선거, 후보 경선 과정에 특정 종교의 이름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정치는 총체적 삶의 일부이기에 종교라 하더라도 외면할 수는 없지만 두 영역의 노골적 '동맹 행위'는 언젠가 값을 치를 게 분명하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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