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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미국의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은 미국은 백인 기독교인이 다스려야 한다고 믿는다. 이 생각이 마각으로 드러난 것이 작년 1월6일 대선불복 미 의회 습격사건이었다. 폭도 중에는 '하나님·총·트럼프'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미국이 기독교 국가로 건국되었으며 칼을 휘둘러서라도 미국을 다시 그런 나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믿는다.
최근 미 연방대법원에서 나온 일련의 판결이 이들을 고무시켰다. 지난 6월 대법원은 낙태의 권리를 보장해 온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어 동성애, 동성혼, 피임 등의 기본권을 위협하고 있다. 카슨 대 메이킨 판결에서는 주정부가 일반 사립학교에 재정지원하면 종교학교도 꼭 같이 지원하라고 했고, 또 한 판결에서는 경기를 마친 뒤 그라운드 한복판에서 코치가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것도 허용하였다. 이런 판결은 미국을 기독교 국가로 만들려고 하는 그들을 만족시켰지만 정교분리의 기본원칙을 위반했다는 여론이 높다. 그들은 이렇게 믿는다. '올바른 생각을 가진 기독교인들이 정부와 사회를 맡아야 하는 것은 성경에서 나온 명령이다.' '트럼프가 패배한 2020년 대선은 도난당한 선거다.' '이웃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엿듣고 불법 낙태시술 관련자들을 빠짐없이 고발하는 것은 깨어있는 정의의 실현이다.' 현재로서는 낙태를 허용하는 주가 있어 주를 옮겨 다니며 낙태를 하자 이들은 장차 전국적인 금지를 추진하고 피임약 사용도 금지하려 든다. 그런데 이들의 운동은 풀뿌리에서 일어난 운동을 가장하지만 실제로는 지도자들이 조종하는 운동이며 그 목적은 오직 그들의 손에 넣을 권력과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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