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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폭우 등으로 인해 한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한 9일 오전 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통제된 올림픽대로 모습.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수도권 일대 기록적인 집중호우 상황에서 서울 서초동 자택에 머물며 대응 지시를 내린 것을 두고 9일 야권과 대통령실이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이 비 피해의 원인으로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출근이 아닌 '자택 지시'를 꼽으며 집무실 이전 문제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이에 대통령실 측은 침수로 출근을 못한 것이 아니라며 "재난을 정쟁 도구화 삼지 말라"고 반박했다.
이날 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일분일초를 다투는 국가 재난 상황 앞에 재난의 총책임자이자 재난관리자여야 할 대통령이 비 와서 출근을 못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청와대를 용산 집무실로 옮길 때 국가안보에 전혀 문제없다고 자신했던 것이 불과 3개월 전"이라며 "향후 비상 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벙커에 접근해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긴급한 상황을 우려해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집무실이 가깝게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던 것"이라고 했다. 고 의원은 "총리가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지하 벙커에 있는 위기관리 센터를 찾아 전반적인 상황을 보고받고 체크해 진두지휘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폭우로 고립된 자택에서 전화 통화로 총리에게 지시했다고 할 일을 했다 생각하시는 건 아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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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집중호우 대처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에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총리, 행안장관, 참모들로부터 수시로 보고받고, 지시 내리면서 입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현장에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면 나오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며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고 있던 상황에서 경호와 의전을 받으면서 나가는 게 적절치 않았다"고 했다.
또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어제 오후 9시부터 오늘 새벽 3시까지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고 지침 및 지시를 내렸다"며 "새벽 6시부터 다시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이나 상황실로 이동하면 대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집에서 전화를 통해서 보고 받고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후에도 대통령실 강인선 대변인은 "재난 상황마저 정쟁 도구화를 시도하는 민주당 조오섭 대변인 논평에 유감을 표한다"며 반박 성명까지 내기도 했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이 자택에 고립됐다는 주장도, 집에 갇혀 아무 것도 못했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는 거짓"이라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주장하는 것은 제1야당으로서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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