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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위에 실로 펼치는 무수한 별…심향 작가 스타필드展

2022-08-11

갤러리팔조 대구에서 21일까지

한지 위에 실로 펼치는 무수한 별…심향 작가 스타필드展
심향 'Starfield'
한지 위에 실로 펼치는 무수한 별…심향 작가 스타필드展
심향 'Starfield'

한지 위에 무수한 실이 자유롭게, 불규칙하게 얽혀 있다. 다양한 두께와 색상의 실을 이용해 만든 점과 선은 '별'이다. 각기 다른 별은 서로 연결돼 있다. 별은 곧 무수한 존재를 말한다.

심향 작가가 한지 위에 실로 펼치는 'Starfield(스타필드)'에 별이 반짝인다. 존재가 반짝인다. 환한 빛을 발하는 눈에 확 띄는 별(존재)이 있는 반면, 있는 듯 없는 듯 가려진 것 같은 별(존재)도 있다.

2019년 별세한 심향(1961~2019)의 '스타필드'展이 갤러리팔조 대구에서 21일까지 열린다. 작가의 스타필드 연작 25점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로, 이처럼 다양한 스타필드 연작이 한 자리에서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스타필드'는 그녀가 보고 듣고 느낀 세상의 모든 존재의 가치를 별로 형상화한 것이다. 큰 별, 작은 별, 강한 별, 약한 별 모두 개별적인 존재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들판을 이룬다. 별들의 들판인 스타필드는 곧 우리의 세상이다.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촘촘히 연결시켜 레이어 된 실의 모양새는 얽히고설킨 세상 사람들의 복잡다단한 관계를 보여준다.

작가는 스타필드 작업을 할 때 몇 겹의 레이어(층)를 만들기도 한다. 이는 무수한 존재들이 축적해 온 시간과 공간, 관계를 형상화한 것이다. 최대 5겹으로 된 멀티레이어 기법으로 선보이는 그녀의 회화는 묘한 조형미와 깊이, 울림을 선사한다.

특히 그녀의 작업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가려짐(hidden)이다. 비록 가리어져 빛이 잘 드러나지 않는 존재에 대한 소중함과, 자기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대한 긍정적이고 자신을 극복해나가는 자존감(self-respect)에 대한 가치를 의미한다. "흐린 날에도 비가 와도 별은 반짝인다. 존재감이 덜할 지라도 별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덜 빛난다고 중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계명대에서 서예를 전공하고 동양화도 공부한 심향은 2007년 무렵부터 실과 먹, 한지로 작업을 해 왔다. 한지, 먹, 실을 매개체로 해 그녀만의 독창적인 멀티레이어 기법으로 스타필드 시리즈를 처음 선보인 것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타필드 작품으로 작가는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병행 전시 'Personal Structure'에 초대받았으며 2019년에 다시 초대됐고, 2018년에는 타쉬켄트 비엔날레(우즈베키스탄)에도 초청된 바 있다.

김중희 갤러리팔조 대표는 "심향 작가는 실을 앞뒤로 연결하고 몇 겹의 레이어를 만들어 조형미를 확장한다. 생전 작가가 한지를 접어서 작업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면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작업이며 형언하기 어려운 매력이 있는 작업이라는 호평을 듣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작가에게 바늘은 '붓'이요, 실이 '먹'이다. 특히 실은 연결이라는 속성을 통해 무수한 존재와 관계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모든 관계라는 현상 속에는 主(주인 주)가 있다. 스타필드에서 점으로 형상화 된 별은 主이며, 존재하고 있는 동안 빛이 나며 드러날 수도 가려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주인이지만 객관적으로 우리 모두가 주인"이라면서 "건물에서 건물을 형성하는 부속품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작은 못 하나라도 빠져버리면, 건물은 무너진다. 별들의 들판도 그렇다. '별들의 들판'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바로 개별성에 소중함을 부여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온통 하얀 실로 얽히고설킨 스타필드를 볼 수 있다. 투병 중 삶의 끝자락에서 완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해 생전 작가는 "어둠을 걷으면 빛이 올라온다. 나를 빛나게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내 안의 어둠을 걷어내면 내 존재는 그냥 밝아진다"고 했다.

어린 시절 시련과 투병의 아픔을 겪었던 작가는 작품으로 뭉클하게, 분명하게 말을 건넨다. 덜 빛난다고 별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덜 빛나더라도 넌 소중하니까, 위대하니까, 너 자신을 사랑하라고.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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