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불예금, 증시자금, 가계대출은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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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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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준금리 변동 추이. <한국은행 제공> |
지난달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 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뒤 수신금리가 뛰면서 은행 정기 예·적금으로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다. 5대 은행 예·적금이 최근 약 40일 사이 34조원이나 불었다. 이는 올해 상반기 6개월 동안 유입된 자금보다도 큰 규모다.
◆ 급속도로 불어나는 예·적금 잔액
14일 지역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정기 예금 잔액은 지난 11일 기준 718조9천50억원으로, 7월 말보다 6조4천599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 적금 잔액(38조5천228억원)도 같은 기간 4천61억원 늘었다.
지난달 5대 은행 정기 예·적금이 28조56억원 불어난 것을 고려하면 약 40일 만에 34조원이 넘는 자금이 예·적금으로 몰린 셈이다. 올해 상반기 5대 은행 예·적금 증가액(32조5천236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이는 한은 빅 스텝 직후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최대 0.90%포인트까지 인상하는 등 시중 금리가 오른 영향이다. 14일 기준 5대 은행이 판매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과 적금 금리(우대 적용 단리 기준) 상단은 각각 3.60%와 5.50%로 나타났다.
최근 은행에서 내놓은 예·적금 특판 상품 '조기 소진' 행렬에서도 예·적금 선호 경향이 완연하다.
우리은행이 지난 6월 내놓은 '우리 특판 정기예금(최고 연 3.2%·18개월 만기)'은 4거래일 만에 2조원 한도가 모두 팔렸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일 '신한 S드림 정기예금(최고 연 3.20%·12개월)' 특판을 진행해 4거래일 만에 1조원 한도가 모두 소진됐다. 같은 날 내놓은 '신한 40주년 페스타 적금(월 30만원 이하·10개월 자유적립·최고 연 4.00%)'도 열흘 사이 선착순 10만좌가 모두 팔렸다.
NH농협은행이 내놓은 'NH올원e예금'도 지난달 11일 0.4%포인트 추가 금리를 주는 특판 이벤트를 시작한 뒤, 3주 만인 같은 달 29일 2조원 한도가 소진됐다.
◆ 요구불예금, 가계 대출 등은 감소세
정기 예·적금과는 대조적으로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은행 요구불예금(예금자가 언제든지 찾아 쓸 수 있는 예금)은 7월 이후 계속 감소추세다. 5대 은행 요구불예금은 빅 스텝이 단행된 7월 한 달 동안 36조6천33억원 줄었고, 이달 11일까지 12조464억원이 더 빠져나갔다.
증시 주변 자금도 지난 11일 기준 167조504억원 수준으로, 7월 초(169조3천억원)와 비교하면 2조2천509억원 정도 줄었다.
가계 대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자료를 보면, 올해 7월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3천억원 감소한 1천60조5천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이후 감소세를 보였던 가계대출은 4월(1조2천억원)과 5월(4천억원), 6월(2천억원) 증가세를 유지하다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11일 기준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96조6천191억원으로 6월말(699조6천521억원)과 비교해 3조330억원 감소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주식 및 부동산 등 투자처 수익률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시중 금리가 올라가자 비교적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예·적금으로 눈길을 돌린 것"이라며 "지난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0.50% 크게 올리면서 더 많은 자금이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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