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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2022-08-16

감추고 싶지만 잘 들켜 화나는 특성
핵심감정에 묶여 벗어나기 힘들어
현실과 본능적·충동적 욕망 간 갈등
몸은 현재에·마음은 과거에 머물러

곽호순
곽호순(곽호순 병원장)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참 이상한 현상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마음은 감추고 싶어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은 감추어 두고 상대방이 그 마음을 잘 알아주기를 기대합니다. 그런데 마음은 잘 숨어 있으려 해도 너무 쉽게 들켜버립니다. 아무리 까치발로 살살 걸어도 그림자가 보이듯이, 장독 뒤에 꼭꼭 숨어도 머리카락 보이듯이 술래에게 너무 잘 들키는 숨바꼭질 같습니다. 예를 들어 남몰래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가슴이 두근대고 얼굴이 빨개진다든지, 싫은 사람과의 약속에는 늘 늦는다든지, 힘든 사람 앞에서는 목소리조차도 떨리는 이런 모습으로 쉽게 들켜버립니다.

그러나 마음은 들키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사정으로 둘러대거나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 대기도 합니다. 만약 마음이 들킨다면 화가 나고 당황스러워지며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그러니 마음은 숨고 싶어 하지만 남의 눈에는 잘 들키고, 들키면 화가 나는 그런 특성이 있습니다.

마음은 자유로워지고 싶어 합니다. 하늘을 나는 새처럼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습니다. 그러나 연줄에 매여 있는 연처럼, 막대 줄에 매여 있는 인형처럼(얼핏 자유로운 것 같지만) '무엇'인가에 매여 있습니다. 어떤 생각을 하더라도 결국은 그 무엇인가에 매여 있어 벗어나기가 참 어렵습니다.

우리 마음을 묶어두고 있는 그 '무엇'을 '핵심감정'이라 부릅니다. 결국 우리 마음은 이 핵심감정을 벗어나 마음껏 자유롭게 생각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마음 현상들은 다 핵심감정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기의 핵심감정을 잘 이해하고 그것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만큼 더 성장하는 것이 됩니다.

마음은 욕심쟁이처럼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합니다. 마음이 원하는 것은 대부분 욕망이고 본능적이고 충동적입니다. 먹고 싶고 가지고 싶고 부수고 싶은 것들이 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마음대로 다할 수 있다면 마음은 흡족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참아야 하는 것들이 수두룩하고 도덕적인 것들이 그 욕망을 막아섭니다. 남을 배려해야 하는 규범들이 통제할 것이고 참아야 하는 것들이 인내를 요구합니다. 마음대로 하고 싶은 욕심들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현실 사이에서 마음은 갈등합니다. 이 갈등이 괴롭습니다. 이를 풀어내는 방법들이 사람마다 독특합니다. 어떤 이는 무조건 참는다든지 어떤 이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한다든지, 우리는 이 두 방법 사이 어디쯤 존재할 것입니다.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망나니처럼 굴 수도 있습니다. 마음이 성격을 만듭니다.

마음은 나이를 천천히 먹습니다. 몸의 나이는 40세가 되고, 50세가 되어도 마음의 나이는 그렇지 못할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의 나이는 성장의 어느 시점에서 머물러 있으면서 천천히 성장할 수도 있고 혹은 성장을 멈추고 있거나 퇴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그 시점의 마음이 나를 지배합니다. 즉 누구나 마음속에 다 자라지 못한 어린애를 하나씩 품고 있는 것이지요.

유치원 어린이가 잘 지내다가도 동생이 태어나면 바로 아기처럼 구는 행동을 하는 것도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혹은 다 큰 어른이 자주 다투고 힘들면 술로 해결하려고 하고 욕설이나 남의 험담을 하는 것 같은 행동들은 마음속의 아이가 퇴행해서 나타나는 모습들입니다. 이런 행동들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불쑥불쑥 나타납니다. 이런 행동들은 잘 바뀌지 않고 잘 참아지지도 않습니다. 마음속의 아이가 시키기 때문입니다. 즉 몸은 현재에 있지만 마음은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현재는 과거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렇게 감추고 싶어 하지만 쉽게 잘 들통 나고 자유롭고 싶지만 어딘가에 매여 있는 내 마음. 욕심대로 하고 싶어 하지만 마음대로 잘 안되고, 성숙하지 못하고 때로는 유치한 모습을 보이고 과거에 얽매여 있는 내 마음이지만 그래도 소중한 것입니다. 내 마음을 버리고 남의 마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좀 부족하고 구겨지고 덜 익었더라도 이 마음을 잘 키우고 일으키고 달래 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인생인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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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호순 곽호순병원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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