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방지턱·난간 설치하거나 출입구 높여 해결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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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 13일 대구 수성구의 한 상가에 빗물이 다량 유입돼 한 남성이 물을 퍼내고 정리하고 있다. <독자 제공> |
최근 수도권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는 등 반지하 거주 가구의 인명·재산피해가 심각했던 가운데, 대구도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16일 오후 4시까지 대구에 40여㎜의 비가 내렸다. 17일 낮 12시까지 5~20㎜ 정도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에도 반지하 주택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교통부의 2020 주거실태조사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대구에서 현재 주택 위치가 '반지하'라고 응답한 비율은 0.3%였다. 16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에서 침수피해 발생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주택은 24곳이다. 서구가 16곳을 대부분을 차지하고 수성구 4곳, 동구 3곳, 달서구 1곳으로 파악됐다. 대구시는 이들 주택에 대해 꾸준한 점검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반지하에 위치한 주택 또는 상가가 어느 정도로 형성돼 있는 지 정확한 파악이 힘들다는 점이다. 건축물 대장상 '1층'으로 표기돼 있지만, 실제 일부 반지하로 보이는 주택이 있는 등 해석의 차이가 있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대구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자연재해가 빈번히 일어나는 편은 아니지만, 마냥 안전지대도 아닌 실정이다.
A씨는 6.6㎜의 비가 단시간에 내린 지난 13일 오후 수성구 범물동의 한 마트에서 실제 침수 사례를 목격했다. A씨는 "저지대에 위치한 상가에 세찬 빗물이 다량 유입됐다"며 "비가 어느 정도 그치자 상가에 있던 사람들이 빗물을 퍼내는 작업을 시작했지만, 승강기 등과 연결돼 있는 만큼 자칫 감전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지 걱정도 됐다"고 전했다.
당시 예고 없이 쏟아진 폭우로 대구소방안전본부도 대구 일대 안전조치(5건)와 배수지원(1건)을 위해 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반지하·저지대 침수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으며, 침수를 맞닥뜨렸을 때 적절한 대처가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김학수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시설연구관은 "도시지역의 저지대는 상류에서 불어난 홍수가 금방 도착한다"며 "저지대, 반지하에 살고 있다면 지상에서 침수될 조짐이 보일 경우 기다리지 말고 집 밖으로 나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성인 남성일 경우 무릎 정도까지만 물이 차올라도 문이 수압 때문에 열리지 않는데, 여러 명이 힘을 합쳐서라도 문을 열고 나오는 게 중요한 대피 요령이다"라고 조언했다.
평소 침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하 침수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한 시설물 설치도 필요하다. 김 연구관은 "출입구 방지턱을 설치해서 출입구 높이를 높이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또 문에 거는 '차수판'을 설치하거나, 출입문 주위에 모래주머니를 비치해두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홍수가 빠르게 지상에서 지하로 유입되면 거슬러 올라오기가 힘들다"면서 "이를 대비해 지하 계단에 난간을 설치해놓으면 대피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기환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정을 투입해 침수 피해 예상 지역을 평소에 관리해나가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며 "대구가 상대적으로 자연재해가 적은 지역이지만, 그렇다 해서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집중호우로 인한 저지대 주택가 침수를 막기 위해선 평소 집 밖 하수구나 배수시설이 막혀 있지 않은지 미리 점검하고 물길을 틔워둬야 한다. 주택 내 누전차단기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건물 안팎에 노출된 전선의 피복 상태 확인도 중요하다. 집에 물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현관 앞 벽에 있는 누전차단기부터 내려야 하며, 반드시 고무장갑을 끼고 가전제품 플러그를 뽑아야 한다. 침수된 곳에서 물을 퍼낼 때도 전기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최근 서울시가 '반지하 원천 금지'를 내세운 상황에서 대구시도 반지하 관련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아직 더 지켜봐야겠지만, 대구에 파격적인 방법을 적용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당장 공개는 어렵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책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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