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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법원으로부터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을 끌어낸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7일 경북 칠곡을 찾았다.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1시 50분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칠곡에 왔다. 현대공원묘지에 계신 증조할아버지, 큰할아버지 그리고 청구공원묘지에 계신 할아버지와 작은 할아버지께 오랜만에 추석을 앞두고 인사를 올렸다고 밝혔다. 성묘 사진도 함께 올렸다. [이준석 전 대표 페이스북 캡처] |
대구 경북(TK)이 정치적 요충지로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쇄신이 진행되는 와중에 대구를 찾았다. 지지율 반등과 국정동력을 회복할 계기로 대구를 지목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비슷한 시기 공교롭게도 이른바 ‘윤핵관’과 전면전 중인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재기를 노리며 TK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2024년 총선과 미래 대권까지 보수정권의 세(勢) 결집을 위해서는 그 심장 역할을 하는 TK의 정치적 무게감을 결코 무시할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대구를 찾아 성서 산단과 서문시장에서 지역민들과 만났다. 정부·여당의 고위급 인사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총 출동한 규제 혁신 전략회의의 첫 번째 장소로 대구를 선택했다. 윤 대통령의 대구 방문을 두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떨어지자 돌파구 마련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분석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대구 방문 이후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자 더욱 힘이 실렸다.
대선 후보 시절 '대구의 아들'을 자처한 윤 대통령은 70%를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서울 출신 첫 대통령인 윤 대통령에게 대구는 각별한 도시다. 사법시험 9수 끝에 검사로 첫발을 뗀 곳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 '항명 파동'으로 좌천된 곳도 대구고검이었다. 이에 윤 대통령도 TK에 기반을 둔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국정동력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서는 대선때 처럼 TK의 절대적 후원이 필요하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의힘을 상대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한차례 승기를 잡은 다음날인 지난달 27일부터 경북 칠곡을 거점으로 TK 곳곳을 누비고 있다. 지난 6일 동안 페이스북을 통해 총 12차례에 걸쳐 정치적 입장을 밝히며 TK에서의 일정을 소개했다. 표면적으로는 저서 집필을 마무리하겠다며 정치적 확대 해석에는 선을 그었지만, TK를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 출생인 이 전 대표가 이처럼 TK 연고를 강조한 적은 없었다. 당 안팎에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향후 정치적 결전을 염두에 두고 당원 수가 가장 많은 '최대 주주'인 이 지역을 다진다는 풀이가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비롯 장기전을 대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 '하방(下放)'을 선언하고 대구시장으로 방향을 선회한 홍준표 시장도 내심 미래를 바라보며 TK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가장 많은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이 대구 경북이다. 그만큼 정치적 영향력도 컸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위상이 흔들렸다. 그런 TK의 존재감이 지난 대선을 계기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지역정치권에서는 향후 TK지역민들도 이에 맞는 전략적인 선택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한 정치권도 대구 경북에 '텃밭'이라서, '험지'라서 외면할 것이 아니라 실력 있는 인물을 공천하는 등 애정을 쏟아서 경쟁 구도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소영 대구대(국제관계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시점에서 윤 대통령이 다녀갔거나 이 전 대표가 머무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보수정당의 토대로서 대구의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며 "중요성에 걸맞는 대구 경북의 정치적 위상에 걸맞는 지원과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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