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지역 내 침수 위험지구 7곳 중 지하공간 파악 全無
자체 자연재해 저감종합계획서도 빠져 있어 '관리 사각지대'
지자체 발굴·반영 않으면 방수판 등 수방기준 적용도 못해
7일 오전 10시30분쯤 배수율 80%로 배수중인 포항 남구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모습.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경북 포항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되면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집중호우 때마다 반복(영남일보 9월7일자 11면 보도)되는 지하주차장 침수 문제를 방지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7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침수된 차를 빼러 갔다 실종신고 된 주민 등 9명이 구조됐다. 2명은 천장 밑 공간에서 숨을 쉬며 의식이 있는 상태로 구조됐으나, 나머지 7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차량을 이동하라는 관리사무실 방송이 나온 뒤 10분이 채 안 돼 물이 들어찬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침수 피해를 키운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다.
이번 침수 사고를 계기로 폭우 때마다 반복되는 지하주차장 침수 방지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깝게는 지난달 수도권 집중호우 당시, 서울 강남구에서 지하주차장 침수로 시민 1명이 사망했으며, 지난 6일엔 대구 동구 등에서도 지하주차장 등이 침수돼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아찔한 상황이 펼쳐졌다.
방재 전문가 등에 따르면, 지하 공간은 내리막길 구조인 데다 대다수 출입구를 개방하고 있어 물이 가장 먼저 들어찬다. 폭우가 쏟아지거나 하천이 범람할 경우, 들어오는 물이 아파트 등에 설치된 펌프가 감당할 수 있는 용량보다 훨씬 많아 배수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지하 공간 침수 방지를 위한 현행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지하 공간 침수방지를 위한 수방 기준'을 통해 지하 건축물에 배수펌프와 방수판 설치, 대피로 확보 등을 마련하게끔 하고 있다.
문제는 그 대상이 '행안부 장관이 침수 피해가 우려 된다고 인정하는 지역'에 한정될 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에서 침수에 취약한 지하 공간을 발굴해 반영하지 않으면 수방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침수 취약지역은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중 침수위험지구·해일 위험 지구 △과거 5년 이내 1회 이상 침수됐던 지역 중 동일한 피해가 예상되는 지구 △자연재해저감 종합계획에 위험 지구로 선정된 지역 중 침수피해가 우려되는 지구로 나뉜다.
하지만 대구시에 따르면 7일 현재 시가 관리하는 침수 취약지역 내 공동주택은 한 곳도 없다. 침수 취약지역 지정 대상인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침수위험 지구'는 대구지역 내 총 7곳이지만, 그 중 지하 공간은 대구시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북도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또 대구시가 수립하는 '자연재해 저감종합계획'에도 지하 공간에 대한 부분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구시 측은 대구에선 지금까지 지하 공간 침수로 인한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다른 자연재해에 비해 중요도가 낮았다고 설명했다.
대구시 자연재난과 관계자는 "시는 8개 구·군청에서 자연재해 위험지구에 대한 의견을 조회하고, 그 다음 행안부에 리스트를 올린다"며 "하지만 대구에선 지하 공간 침수로 인한 피해가 잘 발생하지 않았고, 더 위급한 자연 재해를 위주로 지정하다 보니 지하 공간 부분들이 반영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침수 취약지역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을 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기후 위기로 인해 이례적인 폭우가 점점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영훈 경북대 교수(건설방재공학부)는 "당장 피해가 보이지 않더라도 선제적으로 방재 사업을 해나가야 하고, 배수시설 점검 등에 있어 지하 공간 전수조사를 할 필요도 있다"며 "지하 공간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곳부터 모래주머니와 차수판 등을 의무 배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이자인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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