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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한 호텔에서 빅터 스위프트 영국 한국전 참전용사협회 회장에게 국민포장을 수여하고 있다. 빅터 스위프트 회장은 1934년생으로 당시 영국 육군 왕립 전자기계 공병군단 소속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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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한 뒤 조문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이후 현지시간) 3개국 순방의 첫 국가인 영국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영국의 경우 앞으로 남은 미국·캐나다 일정과 달리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에 초점이 맞춰졌다. 때문에 영국 찰스 3세 국왕을 위로하고 장례식에 참석하는 등 전체적인 일정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현지 교통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빠듯한 일정 탓에 첫날 예정된 조문록 작성이 미뤄지면서, 야권의 질타를 받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을 전망이다.
◆ 리셉션 장례식서 조문겸한 외교일정
윤 대통령은 18일 오후 3시40분 부터 19일 오후 5시까지 약 25시간 영국에서 체류하며 총 4개 일정을 소화했다. 첫날에는 찰스 3세 국왕 주최 리셉션에 참석했으며, 다음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에 참석했고 직후 조문록을 작성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영국 한국전 참전용사협회 회장에게 국민포장을 수여한 뒤 공항으로 이동했고 미국 뉴욕으로 향했다.
리셉션 일정의 경우 윤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에게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에 애도를 표한 뒤에는 사실상 '외교일정'으로 진행됐다는 평가다. 전 세계 왕과의 회합처럼 많은 왕실, 그리고 우리의 우방국 정상들도 함께 자리했기 때문이다.
먼저 찰스 국왕이 함께 있는 영국 왕실 가족을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소개했는데 특히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와 찰스 3세 국왕 또한 한국 방문에 대한 의향이 있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또 윤 대통령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 부부,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와도 조우했으며 나루히토 일왕, 스페인 펠리페 2세 국왕 부부를 비롯해 요르단 국왕 부부, 벨기에 국왕 부부, 덴마크 여왕, 부르나이 국왕까지 만났다. 또한 몽골 총리와 파키스탄 총리 등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윤 대통령은 "언제든지 방한을 환영한다"고 했다.
다음날인 19일 오전 11시에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에 참석하며 서거를 애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영국 국민의 슬픔을 공유하고, 최고의 예우를 갖춰 고인에 대한 추모의 뜻을 표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 보훈일정도 보내
직후 일정으로 윤 대통령은 런던 처치하우스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애도하는 조문록을 작성했다. 윤 대통령은 조문록에서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님의 명복을 빌며 영국 왕실과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자유와 평화 수호를 위해 힘써오신 여왕님과 동시대에 시간을 공유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님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작성했다.
이후 우방국인 영국에 감사를 표하며 한국전 참전 용사를 위한 행사를 여는 보훈 행보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 행보로 빅터 스위프트 영국 한국 전참전용사협회 회장에게 국민포장을 수여했으며, 참전 군인의 자유 수호를 위한 희생·헌신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앞서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런던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조문이 가장 중요하지만 영국은 한국전쟁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참전국"이라며 "영국에 오기 전부터 (대통령이) 해외 순방할 때 6·25 참전국이라면 그 나라에 참전비가 있으면 헌화하고 아니면 참전용사를 만나는 그런 일정을 하자고 했다"고 이같은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예정되어 있던 참전비 헌화 역시 교통 문제로 이뤄지지 못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SNS 메시지를 통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5만 6천여 명의 용사를 파병한 나라가 바로 영국"이라며 "지금 대한민국이 누리고 있는 눈부신 번영은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될 것"이라고 했다.
◆ 조문 연기 논란 아쉬움 남아
다만 빽빽한 일정과 현지 교통 문제 등으로 조문 취소 논란이 발생했다는 점에서는 대통령실 입장에서 아쉬움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첫날 리셉션 일정에 앞서 여왕 참배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이뤄지지 못했고 다음날 조문록 작성으로 대체된 것이다. 야권은 미국과 프랑스 등 주요국 정상들이 전날 영국에 도착해 여왕 참배에 나선 것과 달리 윤 대통령은 참배를 못하자 야권에서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대통령실 측은 영국 왕실에서 리셉션에 늦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정 연기를 요청하면서 협의된 내용 이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돌아가신 분에 대한 애도와 진심으로 남은 가족을 위로하는 자리"라면서 "최선을 다해 행사를 진행하는 우방국에도 이같은 논란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홀대 논란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관계자는 "왕실 측에서 사전에 준비와 예우를 갖춰 줬는데, 정부 대표 두사람 중 한명이 영접을 나왔다. 또한 차량의 자체 준비 원칙과는 달리 내외분께는 왕실 차원에서 총리가 함께했던 차량을 제공했다"며 "경호인력을 추가 배정한 것으로 윤대통령 부부의 보다 확실하고 안전한 이동과 경로는 뒷받침했다"고 정면 반박했다.
앞서 윤 대통령도 런던 도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3개 일정 중 몇개를 할 지 모르겠다"며 교통 정체 등 현지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첫 일정은 폐쇄된 도로 등 현지 교통 문제로 이동에 어려움을 겪었고, 19일 출국을 위한 이동에서도 윤 대통령이 기자단 및 수행원 보다 먼저 도착해 30여분을 기다리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런던에서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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