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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유엔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전경. 이곳을 향한 도로는 대부분 통제되어 접근할 수 없었다. 정재훈 기자 jjhoon@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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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인근의 도로에서 이란 정치범 사면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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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인근의 필리핀 영사관 앞에서 필리핀 대통령을 비판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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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인근의 도로에서 경찰 등 보안인력이 유엔본부로 향하는길을 통제하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우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유엔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유엔 총회는 '외교 슈퍼볼'로 불릴 정도로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가장 주목받는 행사다. 총회 자체 뿐만 아니라 이를 계기로 한 국가 간 정상회담, 총리나 장관 간 만남 등 연쇄적인 외교 모임이 개최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총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여 만에 정상적으로 개최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화상 연설·회의로 변경됐던 것이 지난해 일부 정상이 직접 유엔 본부를 찾았고 화상 연설도 병행했던 것을 거쳐 올해 정상적으로 개최된 것이다.
◆ 접근 불가능 했던 유엔본부
이날 총회가 열리기 2시간 전인 오전 10시쯤 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에는 국내 언론을 포함해 세계 다양한 나라의 방송사 카메라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각자의 언어로 유엔총회가 열리는 현장을 중계하기에 바빴다. 도로 역시 검정색 SUV·밴, 리무진들이 세계 각국의 국기를 붙이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으며, 교통 통제로 대부분 도로에서 차량들이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총회가 열린 유엔본부 인근은 엄격한 교통 통제가 이뤄졌다. 세계 각국의 정상과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이날 유엔본부로 통하는 주요 도로 대부분이 통제된 것. 유엔본부 앞 한 블록(약 200m앞) 도로에서 경찰들이 도로를 막고 비표 성격의 신분증을 확인했다. 기자단도 사전에 선정된 소수 인원만 참여할 수 있었기에 접근이 불가능 했다.
다만 인근의 분위기 만큼은 뜨거웠다. 세계 각국에서 정치 문제, 환경 문제 등과 관련된 시위·집회가 끊이지 않은 것이다. 주요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세계 각국에서 취재진도 집결한 만큼 자신들의 주장을 보다 쉽고 영향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특히 도로통제가 이뤄진 곳에서 한 블록 정도 떨어진 필리핀 영사관 앞에서는 20여명이 참석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을 살인자라 비난하고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인근에는 이란 정치범 석방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30여 명이 석방하라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관련 홍보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또 이들 옆에서는 아프리카의 사진을 들며 환경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단체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들은 집회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해당 내용을 설명하며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도 일부 방송사들이 유엔본부가 보이는 부근에서 방송을 하기도 했다. 미국 지역 방송사의 한 카메라 기자 제이콥은 "경제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총회라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 11분간 진행된 연설…7번 박수 나와
이날 윤 대통령은 카타르 군주 (에미르)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니의 연설이 끝난 뒤 연단에 올랐다. 이후 윤 대통령은 쾨뢰지 차바 유엔총회 의장을 향해 목례를 했고 차바 의장도 고개를 숙여 화답했다.
윤 대통령의 연설은 12시51분(한국시간 21일 새벽 1시51분)에 시작해 11분 동안 진행됐다. 통상 각국 정상에 배정된 연설 시간인 15분보다 4분여가 짧은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유엔총회 첫 연설에서 22분 정도 발언했던 것을 고려하면 절반 정도에 그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연단에 오른 일부 정상처럼 큰 손짓이나 제스처는 없이 오른쪽과 왼쪽을 번갈아 보며 연설을 이어나갔다. 연설 중에는 박수가 총 7회 나왔는데 연설 마지막을 즈음해 윤 대통령이 "평화와 번영을 위해 유엔과 함께 책임을 다하겠다"고 하자 각국 정상이 10초가량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유엔총회장에 함꼐한 김건희 여사는 태극기 배지를 달고 총회장 특별석에서 연설을 지켜봤다. 또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등이 김 여사와 함께 특별석에 앉았다.
이날 총회장 11번째 줄에 위치한 한국 대표단 자리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 황준국 주 유엔대사 등이 참석해 박수를 보냈다. 대통령실 강인선 해외홍보비서관 등 우리 관계자들도 4층 발코니석에서 연설을 지켜봤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윤 대통령은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 직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엘리자베스 트러스 영국 총리와 잇따라 조우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반갑게 두 손을 맞잡고 "지난번 서울에서의 환대에 다시 한 번 감사하다"며 "오후에 뵙겠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트러스 영국 총리와도 인사했으며, 트러스 총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에 이어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반갑다"며 "내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 리셉션에서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유엔 총회장에선 각국 정상들과 고위급 인사들이 수시로 마주친다. 국가의 이해가 교차하는 찰나 호의를 교환하고 친분을 쌓아가는 정상들의 1분 1초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서 글·사진=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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