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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윤대식의 시중세론] 실리콘밸리와 판교밸리

2022-09-30

교통접근성·산업생태계
인적자원·제도 등 디테일이
지역발전정책의 성패 결정
산업단지나 클러스터는
여러 요인으로 위기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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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

글로벌 하이테크(high-tech) 기업들의 메카가 어디인지 묻는다면 단연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를 꼽을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지역에 위치하면서 주변의 명문 스탠퍼드대, 버클리대와의 산학협력에 힘입어 성장하였다. 실리콘밸리의 가장 원천적인 경쟁력은 날씨와 주변 환경(amenity)에 있다. 태평양 연안에 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사계절이 모두 따뜻한 것은 물론이고, 여름에도 기온은 높지만 습도가 낮은 것이 큰 장점이다.

더 주목할 점은 실리콘밸리와 그 주변 지역의 자유분방한 문화적 토양이 실리콘밸리의 성장에 큰 몫을 했다는 점이다. 1960년대 중반 기존의 물질문명과 가치관에서 탈피하여 자유로운 생활양식을 추구했던 히피(hippie)가 최초로 출현한 곳이 이곳이며,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말 반전(反戰)운동이 시작된 곳도 바로 이곳이다. 그래서 창의적 기업가, 연구자, 투자자, 법률가 등 다양한 인재들이 모여 탄생한 공간이 바로 실리콘밸리다. 특히 모험자본(venture capital), 법률서비스 등 비즈니스 서비스까지 효율적으로 작동되어 실리콘밸리는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기술과 상품 그리고 서비스를 개발하는 혁신의 중심지가 되었다.

그렇게 잘 나가던 실리콘밸리가 최근 몇 년 사이 위기를 맞았다. 실리콘밸리의 원조(元祖) 기업인 휴렛팩커드(HPE) 본사가 텍사스 휴스턴으로, 오라클 본사는 텍사스 오스틴으로 이전을 결정했고, 테슬라 역시 텍사스 오스틴에 새로운 공장을 짓고 있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기업들이 실리콘밸리를 떠나고 있다. 그러면 혁신적인 기업들이 실리콘밸리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실리콘밸리의 높은 주거비용과 생활비, 캘리포니아주의 높은 소득세율과 법인세율 그리고 과도한 규제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럼 한국판 실리콘밸리인 판교테크노밸리(이하 판교밸리)는 어떨까? 판교밸리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서울로부터의 교통접근성이다. 신분당선의 개통으로 강남 테헤란밸리와의 접근성이 개선된 데다, 판교밸리의 분양가 역시 상대적으로 저렴했기 때문에 강남 테헤란밸리나 다른 지역에 있던 IT(정보기술), CT(문화기술), BT(바이오기술) 대기업부터 벤처기업들까지 쉽게 유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 주거환경이 좋은 신도시(주거단지)를 먼저 개발하고 다음에 산업단지(판교밸리)를 개발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직주근접(職住近接)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그래서 하이테크 기업들의 남방한계선이 판교라는 보도가 언론에 나오기도 했다. 판교밸리의 성공은 그러한 여건과 함께 입주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투자 가치가 한몫을 했고, 고급 인력의 확보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교밸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은 실리콘밸리와 달리 주변에 경쟁력 있는 명문대학이 없어서 산학협력이 어렵고, 강남 테헤란밸리와 달리 젊은 인력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활동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강남 테헤란밸리로 회귀하는 기업들도 드물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결국 실리콘밸리와 판교밸리의 경쟁력과 위기 요인을 보면 교통접근성, 산업생태계, 인적자원, 주거환경, 문화적 토양, 제도(세제와 규제) 등의 디테일(details)이 지역발전정책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산업단지나 클러스터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언제든지 위기가 도래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실리콘밸리와 판교밸리가 주는 교훈이다.

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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