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화재(오인) 신고가 접수된 대구 북구 한 전통시장의 가게 앞, 진출입로가 협소해 소방차 진입에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이동현 기자 |
지난 3일 오후 9시 20분쯤, 대구 북구의 한 전통시장 인근에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방차가 시장 정문 진입을 시도했으나 구조물과 가판대에 막혀 진입하지 못하고 차량을 돌렸다. 소방차가 다른 진입로로 돌아서 와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는 모습이었다. 당시 오인 신고로 판명돼 불은 나지 않았지만, 진입이 늦어져 화재 진압에 우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통시장 화재 신고에 대구 북부소방서는 인력 58명·장비 28대를 동원해 빠르게 출동했으나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고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한 시장 상인은 "불이 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시간이 늦어 불이 다 꺼지고 사람이 없는 곳에 소방차가 진입하려니 시장 주변이 복잡하고 길이 좁아 한참을 돌아오더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방차 진입 곤란·불가 지역은 전국 883곳이며 거리로는 약 444㎞에 달했다. 대구지역은 70곳이 해당되며, 거리는 약 79㎞로 나타났다.
지난 6일 오후, 대구 서구 큰장로 인근 소방차 진입이 곤란해보이는 지역의 모습. 이동현 기자 |
지난 6일 영남일보 취재진이 대구소방안전본부 자료에 명시된 소방차 진입 곤란·불가 지역을 찾아가 봤다.
대구 서구 큰장로 인근 한 주택가 도로는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할 정도로 좁은 곳이었다. 좁은 도로에 양옆으로 주차가 돼 있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진압에 어려움이 예상됐다. 남구 영선초등학교 인근 도로도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보였다. 도로 옆에는 등하교 특정 시간 주차금지 표지판이 서 있었다. 오후 시간 차량이 주차돼 있었고 대형 소방차가 진입하기에는 턱없이 좁은 도로로 보였다.
70곳의 소방차 진입 곤란·불가 지역을 용도별로 보면 주거지역 45곳(65%), 상업지역 16곳(23%), 공업지역 내 5곳(7%) , 농어촌·산간·도서 지역 4곳(5%)으로 나타났다.
소방차 진입이 곤란하거나 불가한 사유는 전국기준 도로 협소(573곳)가 가장 많고 상습 주정차 181곳, 시장 내 이동식 좌판(64곳) 등 순이었다.
지난해 대구 화재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약 1천189건의 화재 중 290건이 주거지역에서 일어났는데, 주거지역 진입곤란(불가) 지역 45곳 중 23곳(50% 이상)이 목조 밀집 지역으로 분류돼 피해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진입 곤란·불가 지역 내 비상소화장치 설치율은 평균 72.6% 수준으로 나타나, 10곳 중 3곳은 무방비하다는 조 의원의 지적이 나왔다. 대구는 70곳의 진입 곤란·불가 지역 중 46개소(65.7%)에서 82개의 비상소화장치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소화장치란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 주민이나 관계자가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도록 설치된 장비다.
조은희 의원은 "축구장 몇천 개 규모의 산을 태우는 큰 산불이 처음엔 담뱃재 같은 작은 불씨에서 시작한다"며 "그만큼 골든타임을 지켜 신속하게 진입하는 것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기본 철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조 의원은 5일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이흥교 소방청장에게 "주거밀집지역이나 학교 등에서 출동 장애 요인이 없는지 살펴보고, 소방도로 확보와 관련된 예산 편성 우선순위를 보고해달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이동현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