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 기상청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기상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며 눈을 만지고 있다. 연합뉴수 |
7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기상청 국정감사에서는 기상청 관측 부실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 힌남노 태풍 때 기상관측용 항공기 출동 못해
특히 국민의힘 임이자(상주-문경) 의원은 기상청이 2017년 도입한 기상관측용 항공기가 고장이 나서 지난달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상륙했을 때 출동하지 못한 사실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임 의원은 "한 대 있는 기상항공기가 고장이 잦은 데다가 작아서 미국과 일본처럼 태풍의 눈에 직접 들어가 관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라면서 대책을 요구했다. 기상청 기상관측용 항공기는 미국 항공제작사 비치크래프트의 킹에어 350HW 기종으로 프로펠러 비행기다. 기상관측을 위해 비행할 수 있는 시간이 최장 6시간 정도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이와 관련해 '기상관측선 2호기' 도입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기상관측선 '기상 1호'는 도입한 지 10년이 지나 성능이 저하되고 유지보수비가 늘어나고 있다"라면서 "(기상관측선이 한 대라서) 배가 수리에 들어가면 공백기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기상관측선 2호기 도입이 늦어지는 데 대해 유희동 기상청장은 "배 건조에 큰 비용이 투입돼 기획·연구부터 해야 하는데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라면서 "예산 확보부터 추진하겠다"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의 경우 기상청의 도로 기상관측소가 6곳으로, 2천500곳인 미국이나 1천 곳인 일본보다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2025년까지 26개 고속도로에 500개 관측소 설치'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국가지진관측망'에 포착되지 않은 작은 규모 지진이 잦다고 지적했다. 이은주 의원에 따르면 기상청은 2018년부터 작년까지 '한반도 지하 단층·속도구조 통합모델 개발(1단계)' 사업으로 영남권 지진다발지역을 파악하고자 내륙과 동해남부해역에 연구용 지진계를 각각 20개씩 추가로 설치했다. 그 결과 경북 영덕군 해역(영덕해역)에서 '규모 2.0 미만' 지진인 미소지진이 1천53회 관측돼 국가지진관측망 탐지 결과(179회)보다 6배 많았다. 수도권에 연구용 지진계 60개를 설치한 결과도 미소지진 탐지 건수가 37회로 국가지진관측망 탐지 결과(2회)의 18배였다.
◆ 수도권 집중호두 당시 대통령실 보고 논란도
지난 8월8일 수도권 집중호우 당시 기상특보가 대통령실에 보고됐는지를 두고 야당 의원들의 집중 추궁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호우경보가 발표된 시점에 사저 침수가 시작돼 결국 국가위기관리센터로 가지 못하고 재난 상황에 대해 전화 지시를 했다"며 "기상청의 호우 경보가 늦어서 생긴 것이냐, 아니면 재난상황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상황의 엄중함을 모르고 생긴 일이냐"고 따져 물었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도 "역대급 폭우가 내린 날 기상청은 호우특보를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에 통보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며 "기상청의 특보 수신처 545곳 명단에 대통령실과 총리실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 청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비상근 위원회이고 매일 회의가 열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밑의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저희 통보처에 정식으로 들어있다"며 "국가위기관리센터가 대통령실의 일환이라 그쪽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해명을 재차 문제 삼았다. 우원식 의원은 "위기관리센터로 보내면 대통령이 위기관리센터로 가서 봐야 하는데 안 본 것"이라며 "그러니 대통령이 무능한 것 아니냐. 그 얘기가 하고 싶은 것이냐"고 비꼬았다. 윤건영 의원은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은 법적으로 엄연히 다르고 각각 칸막이가 나눠진 곳"이라며 "경보를 울리는 조직인 국가위기센터만이 아니라 재난안전 대응 조직인 국정상황실에도 보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현 정부에서 통보하는 부분은 법령 위반은 전혀 없다"면서도 "그러나 앞으로 발전해야 하는 부분이니 야당의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임 의원은 "대통령실이라도 국가안전보장 쪽이 따로 있고 비서실장이 따로 있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과 똑같이 해왔더라도 앞으로는 국정상황실에도 자동 통보해야 하고, 총리실에도 매일 구두보고만 할 게 아니라 자동 통보되도록 법령을 개정이라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 의원은 "이제는 문재인 정부가 아닌 윤석열 정부다. 제대로 하시라"며 "왜 기상청장 때문에 대통령이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느냐. 그거 불충이다"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유 청장은 "그렇게 총리실이나 비서실의 국정상황실에도 통보되도록 법령 개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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