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경북대에서 열린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포럼'에서 패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
이정태 경북대 교수 |
"양국 철저히 국가이익 기초한
불가근불가원 관계 유지해야"
경북대 인문학술원과 영남일보가 '한·중 수교 과거 30년, 미래 30년'을 주제로 함께 마련한 인문포럼에서는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포럼은 19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북대 인문한국진흥관에서 진행됐다. 투징창(塗敬昌) 주(駐)부산 총영사 직무대행 등 중국 관계자들과 한국 주재 중국 언론인 그리고 경북대 인문학술원 등 국내 중국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긴밀히 협력하여 한·중 관계의 더 아름다운 내일을 함께 열어보자'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투징창 총영사 직무대행은 먼저 "올해 시진핑 주석과 윤석열 대통령이 서한을 교환해 지난 30년간의 한·중 관계 발전 성과를 인정하고,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한·중 관계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소개했다. 투 영사 직무대행은 "한·중 관계는 중국 주변 외교전략의 중요한 일환"이라며 "중국의 대한(對韓) 외교 근본정책은 시진핑 주석이 서한에서 요약한 '네 가지의 견지(대세를 파악하고, 간섭을 배제하고, 우호를 실질적으로 증진하고, 협력에 집중하자)'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중은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촉진해 더 나은 30년을 맞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강 법치일보 한국지국장 |
"한·중 문화 서로를 거울 삼아
배우면서 함께 발전해 나가야"
◆주제발표에서 쏟아진 이슈들이정태 경북대 교수
2부에서는 국제관계·경제·역사·문화 등 다양한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이정태 경북대 교수의 '국제관계에서 본 한·중 교류의 현재와 미래' △장위에(張悅) 인민일보 특파원의 '한·중 간 경제교류의 현재 상황과 미래' △강진아 한양대 교수의 '역사가의 눈으로 바라본 한·중 관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왕강(王剛) 법치일보 한국지국장의 '한·중 간 문화교류의 현재와 미래' △윤재석 경북대 교수의 '전근대 대구의 대중교류와 모명재' 등이 차례로 발표됐다.
이정태 경북대 교수는 "한·중 관계는 철저히 국가 이익에 기초한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관계의 이익구조 변화에 따라 군사안보 중심이 경제·사회·문화·기술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확대되면서 과거 양자택일 구조 대신 복잡하고 다층적인 관계망이 등장하고 끊임없이 재설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따라서 한·중 양국은 공동발전과 번영을 위한 환골탈태의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아 한양대 교수 |
"포스트자본주의 중심 되려면
중국 근대이전의 모델 버려야"
장위에(張悅) 인민일보 특파원은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와 일방주의·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면서 한·중 경제교류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양국은 실용적 협력에 입각해 새로운 협력 모델과 분야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특파원은 최근 한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를 언급하며 "한국이 새로운 변화를 정확히 보고 경제무역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틀 아래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견지하는 것이 미래 한·중 경제교류의 초석"임을 강조했다.
강진아 한양대 교수는 "미·중 경쟁의 강화와 예상치 못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이제 '자유무역체제'와 글로벌 공급망은 새로운 '가치동맹'을 기초로 한 경제 블록화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며 역사 분쟁 이면의 현재를 설명했다. 이어 강 교수는 "중국이 포스트 자본주의시대의 새로운 '중화'적 중심이 되어 주위를 '교화'하려면, 근대 이전의 모델을 버리고 아시아 경험을 참고하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중국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왕강(王剛) 법치일보 한국지국장은 "한·중 문화는 서로를 거울로 삼아 배우면서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지국장은 최근 있었던 '2021-2022 한·중 문화 교류의 해'를 언급했다. 이어 양측이 2년에 걸쳐 기획한 총 160개의 문화교류사업의 결실을 강조하며 "한·중은 공감하며 서로 배우는 태도로 문화교류를 전개한다면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진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석 경북대 교수 |
"조선 귀화 두사충 희생·헌신
양국 미래지향적 관계 밑거름"
윤재석 경북대 교수는 명나라 출신으로 조선에 귀화해 대구에 정착한 두사충(杜師忠)의 이력을 중심으로 대구라는 지역에서 발현된 전근대 양국 간 교류의 의미를 되짚어봤다. 윤 교수는 "이역만리 전투에 참전했다 조선에 귀화한 두사충 등의 희생과 헌신은 역사 발전의 힘찬 동력이었으며, 이에 대한 후대인들의 이해와 관심은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모색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토론서 민감 주제 등장
박진관 영남일보 편집국 부국장 사회로 진행된 3부 종합토론에서는 외교·경제·문화·역사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한·중 협력과 미래에 대한 의견 공유가 펼쳐졌다.
장위에 특파원의 "다른 나라가 직접적으로 한·중 관계에 영향을 미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질의에 이정태 교수는 "한 국가를 특정해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한·중 관계도 중요하지만 한국에는 미국과의 관계도 포기할 수 없다. 군사·안보뿐 아니라 경제·문화 등에서 두 나라의 영향이 지대하다. 한·중 관계에서 미국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교류를 통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혜를 모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위에 인민일보 특파원 |
"양국 간 경제교류 새로운 변화
한국 경제무역의 방향 바꿔야"
국제 정세와 관련한 민감한 질의도 이어졌다. 최봉태 변호사는 중국과 대만 관계를 언급하며 "중국이 대만 문제에서 군사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평화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중국이 '통 크게' 평화적으로 대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투징창 주부산 총영사직무대행은 "대만문제는 상당히 오해가 많으며, 중국은 대만과 화해·협력·교류를 통해 점진적으로 통일을 추진하고 있다"며 "문제는 대만 독립을 도모하는 세력이 미국에 의지해 중국의 평화통일 의지를 무시하고 독립을 추진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에서 대만에 대한 영향력을 줄이고 무기 판매를 줄이겠다 했지만 중국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고 독립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중국은 결코 무력통일을 추구한 적이 없으며 평화통일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는 이외에도 △환율 문제와 관련해 한·중 관계의 발전적 대처 방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중 공동 노력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사진=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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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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