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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할매글꼴, MS오피스에 탑재된다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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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글씨체가 쓰인 푯말을 들고 기념 촬영중인 칠곡할매들. 왼쪽부터 김영분(75), 권안자(76), 이원순(83), 이종희(78), 추유을(86) 할머니. <칠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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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할매글꼴 홍보대사 정재환 성균관대 교수가 할머니들과 만나 글꼴 속에 녹아있는 할머니의 굴곡진 삶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칠곡군 제공>

경북 칠곡군 할머니들의 손글씨를 바탕으로 만든 컴퓨터 문서용 글꼴 '칠곡 할매 글꼴'이 MS오피스에 탑재된다.

칠곡군에 따르면 칠곡 할매 글꼴 5종이 기술 테스트를 마치고 조만간 MS오피스에 적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한컴오피스에 정식 등록된 데 이어 해외에서 널리 사용되는 MS워드와 파워포인트 등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 글꼴은 칠곡군이 어르신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실'을 통해 처음 한글을 배우고 깨친 할머니들의 글씨체를 보존하기 위해 2020년 12월에 제작됐다. 당시 칠곡군은 성인문해교실에서 공부한 할머니들의 글씨체 400종 중 5종을 뽑았다. 최종 선정된 글씨체의 주인공은 김영분(76)·권안자(78)·이원순(85)·이종희(80)·추유을(88) 할머니다.

할머니들은 글꼴을 만들기 위해 4개월간 각각 2천장에 이르는 종이에 손수 글씨를 써가며 연습했다. 글꼴을 만드는 과정에서 할머니들을 힘들게 한 건 영어와 특수문자였다.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영어와 특수문자의 경우 작업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때 가족이 할머니들의 일일 강사로 나서 글꼴이 완성될 수 있었다.

칠곡군은 어르신들이 작성한 종이 1만여 장을 모아 글꼴을 만드는 업체에 맡겼고 그 결과 '칠곡 할매 글꼴'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칠곡 할머니들은 코로나19라는 힘든 상황에도 또 하나 값진 문화유산을 만들어내며 문화의 수혜자에서 공급자로 우뚝섰다. 탄생 2주년을 앞둔 칠곡할매글꼴은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글사랑운동을 펼쳐온 방송인 출신 역사학자 정재환 성균관대 교수가 칠곡할매글꼴 홍보 대사로 나섰다. 경주 황리단길에는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한 대형 글판이 내걸리고 <주>한글과컴퓨터는 한컴오피스 프로그램에 칠곡할매글꼴을 정식 탑재했다. 이와 함께 국내 최초의 한글 전용 박물관은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한 표구를 상설 전시해 관광객을 눈길을 끌고 있다.

귀신잡는 해병들도 칠곡할매글꼴에 매료됐다. 해병대교육훈련단이 위치한 포항시 오천읍에는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한 입대 환영 플랜카드가 내걸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정규 한글교육을 받지 못한 마지막 세대가 남긴 문화유산으로, 한글이 걸어온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고 새 역사를 쓴 것"이라며 칠곡 할매 글꼴을 휴대용저장장치(USB)에 담아 유물로 영구 보존하기로 했다. 칠곡군 주요 거리에도 칠곡할매글꼴로 만든 이색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수막 하단에는 글꼴의 주인공인 칠곡할머니 다섯 분의 이름이 등장한다.

칠곡군 공직자들이 내미는 명함도 삐뚤빼뚤한 칠곡할머니 글씨체로 제작됐다. 칠곡할매글꼴 5종(칠곡할매 김영분체, 칠곡할매 권안자체, 칠곡할매 이원순체, 칠곡할매 이종희체, 칠곡할매 추유을체)은 칠곡군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어 누구나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글꼴을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면 컴퓨터에 설치된 대부분의 워드프로세서 등에서 서체를 사용할 수 있다. 인쇄물이나 출판용 서책, 웹사이트 등에서 사용할 때는 칠곡할매서체임을 밝히면 된다.
마준영기자 mj340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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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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