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발상지 대구, 이재용 시대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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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에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날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이 신임 회장의 승진을 의결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의결했다고 밝혔다. 회장 승진 안건은 사외이사인 김한조 이사회 의장이 발의했다.
이 신임 회장은 이날 별도의 취임행사 없이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지만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에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취임사를 대신했다.
이 글에서 이 신임 회장은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라며 "(이건희)회장님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집니다"고 밝혔다. 특히 3분기 삼성전자 실적 추락을 의식한 탓인지 현재의 기업경영 현실을 엄중하게 진단했다. 글로벌 경기불황 여파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3조2천500억 원 줄어든 10조8천500억 원을 기록했다.
이 신임 회장은 "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며 향후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며 삼성의 전통인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신임 회장이 명실상부 삼성전자를 이끌게 되면서 지역에 미칠 영향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민선 8기 대구시의 주요 경제 정책인 5대미래신산업(UAM, 반도체, 로봇, 헬스케어, ABB) 중 하나인 반도체가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이기 때문이다. 시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배후 공항산단에 반도체 대기업을 유치, 지역산업 구조를 개편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의 대구 유치는 해당 정책 성공의 핵심 열쇠로 꼽힌다. 또한 반도체 대기업 유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추가 투자로 이어져 대구가 반도체 클러스터를 품을 기반이 될 수 있다.
이 신임 회장의 취임으로 삼성가(家)와 대구의 관계에도 새삼 눈길이 쏠린다.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가 대구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대구에 공장을 둔 삼성상용차가 퇴출 수순을 밟으며 삼성에 대한 지역민의 감정이 멀어지는 듯 했지만,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맞아 대구를 방문해 옛 제일모직 부지(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직접 둘러보며 인연을 이었다. 이 신임 회장은 부회장 재임 당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수 차례 찾았다. 대구시 역시 그동안 대구를 'Birthplace of Samsung(삼성의 발상지)'로 홍보하며 외국기업의 지역 투자유치를 유도해 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7월 SNS를 통해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정·재계 인사들의 사면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구한 바 있다.
1968년생인 이재용 신임 삼성전자 회장은 경복고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후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일본 게이오기주쿠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수료했다. 학업을 마친 후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를 시작으로 전무와 부사장, 사장, 부회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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