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출신 한국문단의 거목
기존 안내판에 내용 오류 많아
대구 남산교회 인근에 세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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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 현진건 현창회장이 현창비 제막식 이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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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관덕정길28에 세워진 현진건 현창비.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
소설가이자 독립유공자인 현진건 현창비 제막식이 지난 1일 열렸다. 현창비는 남산교회 인근(대구시 중구 관덕정길 28)에 세워졌다.
현진건 현창회(회장 정만진)가 주최한 이날 제막식에는 연주현씨 대종회장인 현경대 전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박영석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 배한동·류진춘·노진철 경북대 명예교수, 정기숙 계명대 명예교수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현창비 제막을 시작으로 현창비 건립에 대한 설명, 축시, 축가, 격려사 순으로 진행됐다. 박지극 시인은 일장기 말소 의거를 다룬 축시 '마법의 뫼비우스 띠'를 낭송해 현진건의 뜻을 기렸다. 제막식 이후에는 제1회 현진건문학의 밤을 열고 현진건 현창 실태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이번 현창비는 대구지역 곳곳에 세워진 현진건 문학비와 안내판의 내용이 오류가 많아 이를 바로잡기 위해 세워졌다. 두류공원에 세워진 '현진건 문학비'는 일장기 말소 의거가 언급되어 있지 않아 아쉬움이 많았다. 대구 중구 계산동 안내판과 수성못 안내판 등에는 부적절한 표현이 많아 지적을 받아왔다.
새롭게 세워진 현창비에는 '빈처' '운수 좋은 날' '무영탑'등 사실주의 경향의 작품을 써 '한국 근대소설의 개척자'로 추앙받는 현진건의 작가로서의 이력과 1936년 '일장기 말소 의거'로 일제에 맞선 독립유공자로서의 공적을 명시했다. 특히 현창비를 쇠사슬로 감겨있는 모습으로 제작했는데, 이는 현진건이 살았던 일제강점기를 상징화한 것이다. 기단에는 반쯤 잘린 대한민국 지도를 새겨 '현진건은 독립운동시대를 살았고, 우리는 분단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라는 뜻을 형상화했다.
1900년 대구에서 태어난 현진건은 민족시인 이상화 등과 습작동인지 '거화'를 발간하며 청년기를 보냈고, 1919년 이래 서울에 거주하며 소설가이자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동아일보 사회부장으로 있으면서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세계를 제패한 손기정 선수의 사진 가슴 부분에 박힌 일장기를 삭제한 '일장기 말소의거'를 주도한 독립유공자이기도 하다. 빈궁 속에서도 친일문학에 가담하지 않은 채 지내다 1943년 별세했다. 한국문단의 거목이면서 독립유공자이지만 문학관조차 없어 그가 태어난 대구에서 현창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백승운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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