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21121010002389

영남일보TV

[권현준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민 누구나 영화를 배우고 창작할 수 있는 권리

2022-11-25

[권현준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민 누구나 영화를 배우고 창작할 수 있는 권리

1895년 세상에 처음 등장한 후 지난 20세기까지 영화는 자본과 장인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디지털시대가 열리며 이 명제는 급격하게 변했다. 값비싼 필름과 장비를 쓰지 않고도 저렴하고 손쉬운 디지털 영상 장비들을 활용해 누구나 영화나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1900년대 초, 미국의 5센트 극장 니켈로디언(Nickelodeon)이 운영되면서 영화는 가난한 민중들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되었다. 그로부터 100년 동안 영화는 가장 대중적인 문화예술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장르는 아니었다.

■ 시민 미디어 활동의 場

2002년 국내 첫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등장
저렴하게 장비 빌려 독자적 콘텐츠 제작 가능

올 '대구시민미디어축제' 다큐 등 20편 상영
지역의 타 미디어 단체들 협업 콘텐츠 다채
마을 주민 참여 '온마을미디어 공모'도 진행


값비싼 촬영 장비도 높은 진입장벽 중 하나였지만, 영화 제작기술을 배우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영화 제작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소위 현장을 구르며 밑바닥부터 일해야 하는 도제 시스템 안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살아남는다고 해서 자본이 없는 개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이러한 시스템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영상미디어센터의 등장이었다. 국내 최초의 영상미디어센터는 2002년 영화진흥위원회가 설립한 '미디액트'였다. 영상미디어센터는 시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여러 디지털 장비를 갖추고, 영상미디어를 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영상미디어센터는 영화 창작자 육성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그들은 시나리오를 쓰는 방법부터 촬영하는 방법, 편집하는 방법 등을 배웠고, 미디어센터의 장비를 저렴한 비용으로 대여해 촬영하며 자신만의 영화를 완성해 나갔다. 이렇게 전문적으로 영화 작업을 하고자 하는 창작자들도 육성되었지만, 일반 시민들 역시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미디어교육을 통해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나갔다. 영상미디어센터가 국내 도입이 논의되던 시기인 2000년, 방송법에는 시민의 방송 참여를 위한 시청자의 권리, 즉 퍼블릭액세스(Public Access) 관련 조항이 포함되었다.

퍼블릭액세스는 거대 언론사나 방송국 등 주류 미디어가 아닌 일반 시청자 혹은 소외된 이들도 자신들이 만든 콘텐츠가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국 등에서 방송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 KBS '열린채널', 대구MBC '열린TV, 희망세상'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지금은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내가 만든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업로드하고 많은 사람이 그것을 시청할 수 있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된다는 것은 매우 획기적인 일이었다. 이렇게 영화 창작자 육성과 일반 시민들의 미디어 활동은 21세기형 공공문화 기반시설이라고 불리는 영상미디어센터가 뒷받침함으로써 활성화될 수 있었다.

[권현준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민 누구나 영화를 배우고 창작할 수 있는 권리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누구나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그런데도 여전히 영화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물론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교육용 영상으로도 많은 기술을 터득할 수 있지만, 창작이라는 특성상 여러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다루어보거나 그것을 활용한 제작과정을 밟아보는 것과는 그 배움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미디어센터의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은 우선 시민들의 미디어 활용 능력을 높이고, 다양한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 결과물과 경험을 다른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한 과정 또한 진행되고 있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는 매년 시민들의 미디어 활동을 되돌아보고 결산하는 장으로 '대구시민미디어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대구시민미디어페스티벌은 대구영상미디어센터만의 행사가 아니라, 지역의 다른 미디어센터 등 여러 미디어 단체들과 협업해 진행되는 만큼 프로그램 또한 더욱더 다채롭게 구성된다. 올해 열리는 '2022 대구시민미디어페스티벌'에서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협업하여 진행한 'DMZ청소년다큐제작워크숍' 수료 작품 8편과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의 교육과 지원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 5편, 대구시민미디어센터 미디어랑에서 진행한 청소년 영화워크숍과 시니어 영화워크숍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 4편, 수성영상미디어센터의 영상아카데미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제작된 작품 3편 등 20편의 극영화와 다큐멘터리가 상영될 예정이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작품을 소개하는 '온(ON)마을미디어 공모전'도 함께 진행되는데, 공모전에는 7편의 라디오 작품과 6편의 영상 작품이 소개되며 시상도 함께 이루어진다.

이 밖에 앞산마을방송국, 달성토성마을방송국 등 10곳의 마을방송국 활동을 소개하는 '오픈라디오 : 여기는 마을방송국'과 대구지역 시민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시민미디어 포럼', 미디어를 매개로 활동하는 시민미디어 커뮤니티의 사례를 소개하는 '시민미디어 활동사례 공유회'도 진행된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과 활동의 면면을 살펴보면, 극영화에서 다큐멘터리, 청소년에서 시니어, 라디오에서 영상, 개인에서 마을까지 다양한 시선과 형식의 작품들이 우리 지역에서 얼마나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미디어는 소수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통제되어서도 안 된다. 누구나 미디어를 창작할 수 있고, 누구나 미디어를 통해 견해를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거대한 자본이 투입돼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도 가치가 있지만, 시민 스스로가 자신만의 미학과 철학을 가지고 만드는 작품 또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당연히 모든 국민이 영화를 만들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것이 영화든 혹은 어떤 자신만의 콘텐츠이든, 그것을 창조해 내고자 할 때, 배움과 가능성의 공간은 언제나 열려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 모두가 영화로운 세상일 것이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