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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테트리스는 억울해요

20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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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일 DGIST 뇌과학과 교수

자녀 공부를 위해 큰마음을 먹고 개인용 컴퓨터를 사주신 부모님은 평소 밤늦게까지 공부하지 않던 자녀가 심각한 표정으로 컴퓨터 앞에서 여러 가지 블록을 맞추는 공부에 밤늦게까지 몰두하는 것을 보며 흐뭇해합니다. 적어도 자녀가 하고 있는 것이 수학공부가 아니라 '테트리스'라는 비디오게임임을 알게 될 때까지는요. 부모님들은 비디오게임에 빠져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자녀를 보면, 공부도 공부지만 제때 잠도 안 자는 자녀 건강에 걱정이 더 많았죠. 이런 이유로 시작된 비디오게임을 둘러싼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갈등에도 불구하고 비디오게임은 이제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성인의 놀이문화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세상은 발전하여 이젠 컴퓨터는 물론 휴대폰에서도 게임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청소년기는 정신 건강과 두뇌 발달에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래서 뇌과학자 입장에서는 비디오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보면 정상적인 정신 건강과 두뇌 발달에 나쁜 영향을 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제 걱정은 조금 내려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 2022년 영국 옥스퍼드대 정신의학과 Simona Skripkauskaite 박사 연구진이 OxWell Student Survey를 통해 수집한 자료 분석을 통해 <JMIR Pediatrics and Parenting(의학인터넷연구 저널-소아과 및 육아학-> 잡지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비디오게임에 상당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건강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합니다.

조사에 참여한 1만2천명 이상의 중고등학생(12~18세) 중 거의 3분의 1은 매일 최소 3.5시간 게임을 한다고 답했고, 5분의 1은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Skripkauskaite 박사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매일 최소 3.5시간 게임을 한다고 답한 학생들 웰빙(건강 및 행복)에 부정적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했고, 도리어 이들 거의 절반은 게임을 덜 하거나 전혀 하지 않는 학생들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과도하게 게임에 빠진 학생들 중 10%는 불안감을 느끼거나, 공격적 행동을 하고, 웹 기반 도박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았다는 결과도 보고된 만큼 과도하게 비디오게임에 몰입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결과의 의의는 그간 비디오게임에 대해 부정적 시각만 있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변화 요구입니다. 실제로 최근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거나, 치매환우들의 인지기능 향상을 유도하는 비디오게임 기반 디지털치료제 개발이 활발합니다. 따라서 비디오게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거둬내고, 긍정적인 영향을 극대화하는 디지털치료제 개발 지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겠습니다. 이런 디지털치료제 개발이 활발해지면, 비디오 속 의사가 치료를 잘 마친 환자에게 '테트리스' 게임 속 코사크 춤을 추는 댄서처럼 화려한 축하공연을 펼쳐주진 않을까요?
<DGIST 뇌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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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일 DGIST 뇌과학과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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