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21206010000686

영남일보TV

[영남시론] '하얼빈'의 안중근 의사도 바랄 것이다

2022-12-07

[영남시론] 하얼빈의 안중근 의사도 바랄 것이다
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아름다운 솜씨다. 짐승을 쏘기에는 아깝구나." 김훈은 안중근이 엽총 한 발로 노루를 잡아왔을 때 큰삼촌 안태건이 이렇게 말했다고 표현했다.(55쪽) 작가는 짐승이 아닌 다른 대상으로 표적의 이동을 암시했다. 이순신을 선보였던 김훈이 지난여름 안중근을 조명한 소설 '하얼빈'을 내놓았다. 오랜 기자생활이 몸에 밴 작가는 이토가 일본에서 출발해 중국 대련을 거쳐 하얼빈까지 오는 과정을 이토의 동정이 게재된 일본 및 현지 신문기사를 인용하며 전개했다. 안중근은 신문을 보면서 이토 도착 전날 하얼빈에 당도했다. '하얼빈'은 절제와 생략, 함축의 문장으로 짜여져 있다. 작가는 자신이 아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안중근을 역사적 기록보다 철저한 상상으로 재구성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지는 시간과 장소에 이르기까지 어떤 동력이 있었을까. 왜 하나인 목숨을 바치기로 했을까. 작가는 1909년 10월 중순 연해주 연추에서 안중근의 하숙집으로 날아든 날짜 지난 신문 한 조각을 제시한다. 하숙집 주인 친척이 먼 서울에서 오면서 이삿짐에 묻어온 신문조각이었다. 거기에는 이토와 순종이 고려왕궁 만월대의 폐허를 순행하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고려 왕조의 폐허가 오늘 아침의 멸망처럼 보였다.'(96쪽), '이토의 사진을 보면서 안중근은 조준점 너머에서 자신을 부르는 손짓을 느꼈다.'(97쪽), '시간이 없구나.'(97쪽) 작가는 안중근이 일제의 야욕을 감지하고 이토 통감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설정했다.

그는 보상을 받았을까. 오히려 죽어서 화려하게 오만 보상은 이토가 받았다. 안중근이 사형을 당한 뒤 뮈텔 주교는 살인한 안중근 도마는 천주교인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죽은 이토에게 살아있는 피붙이는 일제의 강요에 의한 것이었지만 명복을 빌어야 했다. 죽은 안중근은 몰랐을까. 그러나 그는 결행했다.

지난 3일 새벽 그래도 궁금하여 TV를 틀었다. 우리가 FIFA 9위 포르투갈에 2-1로 이기고 있었다. 10여 분 뒤 이겼다. 몇 분 뒤 우루과이-가나 경기가 끝나면서 조 2위로 16강에 진입했다. 질 것 같으면서도 특히 젊은이들은 꿈을 좇아 밤새 응원했다. 그후 득점 장면을 보면서 손흥민이 절대찬스에서 황희찬에게 패스하는 모습에 전율했다. 오로지 무엇을 위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결단으로 다가왔다. 가장 절박한 시점에 내가 아닌 가장 적절한 동료에게 나의 모든 것을 넘겨줌으로써 결과적으로 나라를 살리는 것이었다. 기적이 되었다.

남의 나라를 교묘히 문서로 말아먹은 일제, 이에 빌붙은 을사오적 매국노와 앞잡이들, 해방이후 미국 신봉자들까지…, 지금도 나라보다는 개인의 영달과 사욕에 눈먼 자들이 많다. 자신의 기업만 위하고 자기 자식만 위하는 자, 프레임을 만들어 덮어씌우고 확증편향을 유도하는 자, 사실을 왜곡해 보도하는 자도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나라를 위해 마음을 내고 몸을 바치는 의인이 의외로 많다. 위기 때 더욱 많았다. 대한민국 몸속에는 구국 유전자가 녹아있는 모양이다.

현 윤석열 정부는 검사공화국 소리를 듣는다. 대한민국이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근·현대 역사, 성과, 향후 과제를 모르는 것 같다. 윤 정부도 국민의 뜻을 헤아려 몸을 던져 정치를 잘해줬으면 좋겠다. 월드컵 16강 기적이 거저 일어난 것이 아니다. '하얼빈'의 안중근 의사도 그걸 바랄 것이다.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