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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2017년에 제작된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일본 좀비영화이다. 300만엔(약 3천만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제작되어 일본 개봉 당시에는 단 2개관에서 상영을 시작했지만, 입소문을 타며 관객 수 220만명의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다. 한국에서는 개봉 당시 전국 50개 남짓의 적은 스크린 수에도 불구하고 2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한동안 주춤했던 일본 영화의 재미와 매력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기 위한 그 모든 땀과 눈물에 바치는 (웃다가 턱이 빠질) 연서'라며, 평점 5점 만점에 4.5점을 주었다. 이 영화가 이토록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좀비 물이라는 형식 안에서 원테이크(One Take) 촬영기법과 같은 도전적인 시도와 특유의 웃음 코드도 그 이유겠지만, 무엇보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진정 어린 메시지에 많은 사람이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좀비영화는 현대 좀비영화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년) 이래 변주를 거듭해오고 있지만, 사람을 해하는 좀비의 등장이라는 전대미문의 재난 속에서 인류애와 희망을 발견한다는 내용이 보편적인 서사로 자리 잡고 있다.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이 서사의 방식에서 한 발자국 더 나간다. 그리고 외친다. '영화 만들기를 멈추지 마!'라고.
영화진흥위원회 공적지원제도 20년 이상 시행
'제작 예산확보 기회' 영화계 든든한 자양분 역할
지원제도 탈락 시 제작 포기하는 창작자 많아
지속가능 창작활동 위해 제도 개선 필요 제기
일률적 잣대 아닌 다양한 가치 기준 적용해야
한 해가 마무리된다고 해서 현장의 카메라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실제로 현장의 카메라가 계속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한다. 그중에서 카메라가 멈추지 않도록 가장 많이 고민하는 사람들은 바로 창작자 당사자들일 것이다. 얼마 전,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이러한 창작자들의 고민을 나누고자 토크 포럼 '2022년 창작자 릴레이 토크 :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가 열렸다.
현재 많은 독립영화가 공적 지원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공적 지원은 그 규모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모두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는 아니지만, 자본 집약적인 예술인 영화의 경우 지원제도 밖에서 창작자 자신의 힘으로 작품을 만들기는 분명 힘든 면이 있다. 공적 지원제도의 대표적인 사례로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제도'가 있다. 이 제도가 20년 넘게 시행되어 오면서 많은 독립영화가 이를 통해 만들어지고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를 이끌어갈 새로운 감독, 새로운 미학적 경향의 영화들이 발견될 수 있었다. 말하자면 한국영화계의 든든한 자양분 역할을 한 것이다. 그렇다고 지원제도를 통해 만들어지는 영화만이 모두 우수하고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지원을 통해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창작활동을 이어가면서 작품성을 충분히 높여가는 사례가 점차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창작활동이 결과적으로 훌륭한 작품을 내놓은 것은 맞지만, 시작단계에서부터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겠다고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지원에서 계속 탈락하다 보니 초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들기 위한 최적의 방식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창작자 본인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 인적네트워크, 그에 걸맞은 시나리오와 작업방식, 그리고 우연과 운 등 다양한 요소들이 집약되어 나온 결과물인 것이다. 지원제도가 많이 늘어났지만 그만큼 창작자 수도 늘어났고, 한 해 동안 만들어지는 작품 수도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지원제도 밖에서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창작자 역시 늘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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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는 시장실패의 영역이다. 성공하는 시장이었다면 공적 지원제도는 필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원제도는 변하지 않는 상수로 현장의 카메라가 멈추지 않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지원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은 늘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일수록 일률적인 잣대보다는 다양한 가치 기준이 필요하다. 이번에 지원제도 밖에서 제작된 영화가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얻었다는 점이 이를 시사한다. 창작자들이 창작을 지속할 수 있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창작에 대한 열의와 욕망이 있다. 이것을 가지고 영화를 시작한다. 문제는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많은 창작자가 영화를 시작했지만 금방 포기할 수밖에 없거나, 오랜 시간 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원제도 탈락이라는 이유가 크다. 따라서 더 다양한 영화, 보다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영화들도 지원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독립영화제 창작자 포럼에 이어, 대구에서도 지속 가능한 창작활동을 위해 현장 영화인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대구지역에서 영화인으로 계속 활동할 수 있을까, 단편영화 창작 이후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창작하지 않을 때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등 지역의 영화창작자로서 직면하는 현실적인 물음에 대해 서로가 묻고 답하는 시간이다. 원고 마감 일정상 이날의 이야기를 전할 수는 없지만, 이 과정에서 새로운 대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희망 섞인 말이 아니다.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머리를 맞대어오며 조금씩 나은 환경을 만들어왔다. 그러니 부디 당신의 카메라를 멈추지 말길!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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