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21215010001935

영남일보TV

[책 속의 길] 호우시절

2022-12-16

[책 속의 길] 호우시절
정왕부<새마을문고대구시지부 이사·공학박사>

비 오는 날이면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본다. 어느 순간 예쁜 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진다.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시작으로 양철지붕, 장독대 그리고 온갖 식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가 화음을 이룬다. 이렇게 '비(雨)'는 아름다운 소리로 마음의 평화를 주었고, 그렇게 나에게 호우(好雨)로 남아 있다.

사진을 시작하고 사진 속에 아름다운 빗소리를 담고 싶었다. 그런데 비가 오는 날이면 카메라가 비에 젖을까 언제나 망설여졌다. 어릴 적 그렇게 예쁘고 아름답게 느꼈던 '비'였는데, 사진을 하면서 거리를 두게 되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빗소리를 담고 싶다는 작은 불씨가 가슴속에서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최근에 '호우시절'이라는 책을 만났고, '호우'의 의미를 사진에 담고 싶었다. 어린 시절 아름다운 소리를 나에게 전해 준 '호우(好雨)'.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서 '영화 속 비 오는 장면은 어떤 의미를 지녔을까?' 그리고 '작가는 영화 속에서 표현되는 호우를 어떻게 바라보았을까'라는 궁금증이 나를 책 속으로 이끌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미 본 영화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었지만 아직 보지 못한 영화는 영화 속의 모습을 그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영화 리뷰를 찾아보면서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그 장면을 느끼고 이해하려고 했다. 왜냐하면 영화 속의 비 오는 장면이 사진에 대한 영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이 온통 혼란스러웠다. 어릴 적 아름다운 추억 속에 있던 호우(好雨)가 점점 호우(豪雨)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비' 하나로 수많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어쩌면 저자는 '호우'라는 단어를 한자로 표기하지 않고 한글로만 표기한 것에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겨울 '호우시절'을 통해 비(雨)에 대한 색다른 감성을 만났다. 겨울비가 내렸던 며칠 전, 호우시절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메고 나섰다. 영화 속, 그 감성을 다시 찾으려고. 정왕부<새마을문고대구시지부 이사·공학박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