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생리변화에 수면주기 달라져
휴대폰·태블릿 통해 접하는 '블루레이'
정상적 수면 유도 지연하는 주원인
잠들기 힘들다면 자연광 20분 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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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훈 〈맥수면 이비인후과 원장〉 |
인간은 나고 성장하면서 여러 번의 신체적, 정신적인 변화를 거친다. 키와 얼굴도 수시로 변하고 성격이나 수면 패턴도 키 성장만큼이나 변화무쌍하다. 아기가 잠잘 때 자세히 살펴보면 신생아는 하루 평균 20시간 이상을 깊은 꿈속에서 보내는 반면 신체기능이 저하된 고령에서는 기껏해야 하루 5시간 정도의 수면과 그것도 질이 낮은 얕은 잠을 자게 된다. 세월과 신체 적응이라는 상관 관계가 만든 지극히 정상적인 생리적 변화다.
그중에서도 질풍노도의 시기라 불리는 사춘기는 소아와 성인 사이에서 특징적인 수면 패턴이 있다. 사춘기가 되기 전 초등학생 때는 저녁만 먹고는 늘 일찍 잠들어 어른들이 들어서 침대로 보내던 애가 사춘기가 되니 밤 11시가 되어도 눈이 말똥하다. 우리 머릿속에 있는 수면시계 주기가 당겨졌기 때문이다. 이런 나이에 따른 수면 생리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면 안 그래도 학업, 교우, 취미 생활등 많은 부분에서 가족 간에 세대 차이라는 명분 아래, 서로가 인내해야 하는 갈등의 골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수면주기가 성인과 다른 청소년에게 '12시가 넘었으니 일찍 자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성인에게 '9시가 되었으니 이제 잠자리에 드세요'라고 하는 것과 같다. 생리 현상을 기반으로 이상적인 수면패턴이 어른과 다른 청소년들은 늦게 재우고 아침도 늦게 깨워서 등교시키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9시 1교시'라는 문제가 있다. 다만 밤늦게까지 휴대폰, 태블릿, 게임 등을 통해 접하는 'Blue ray'는 시신경을 통해 뇌를 각성해 정상적인 수면 유도를 지연하는 주원인인 만큼 엄격히 제한하도록 주변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칙적인 수면이 힘들면 자고 나서 자연광이나 인위적인 광선치료기를 20분 이상 노출해 주면 증상이 좋아진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관리를 해 주지 않으면, 다음날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기가 힘들고, 오전에도 수업 중에 졸리고, 오후 학원 시간에도 수시로 잠자고, 다시 저녁을 먹고는 정신이 말똥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앞서 이야기한 원인을 인지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잠만 자는 병(기면증)으로 오인해서 병원으로 상담받으러 오는 부모들을 자주 본다. 기면증은 인구 2천명당 1명꼴로 생기며, 주로 어린 10대에 처음 발생해 평생 지속되는 병이다. 수면 다원 검사라는 객관적, 정밀한 검사 방법으로 이러한 병이 있는지 단번에 알 수도 있겠지만, 성실히 잘 작성된 환자의 수면 일지만 보고도 생활 습관의 문제인지(시간 위상차 수면장애), 후천적으로 뇌 시상하부의 히포크레틴이 부족해서 생기는 기면증인지 대략 알 수 있다. 완치는 힘들긴 하나 나이가 들면서 좋아지는 경향이 있고, 검사 후 간단한 몇 가지 약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만큼 의심이 들면 반드시 수면 전문의와 상의해 보아야 한다.
소아 청소년기에 잠이 부족하면 조현병, 양극성 장애, 우울증, ADHD와 같은 중요한 정신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는 신경계통의 성장과 완성이 이 시기에 주로 이뤄지기도 하고, 정신질환의 대부분이 이 시기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 서로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동물 실험에서 수일 동안 불을 켜고, 소음을 주어 재우지 않은 집단에서 정신병과 사망률이 현저히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분명한 원인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만성 피로감, 두통, 원하지 않는 낮잠, 자고 나서도 수면 욕구가 좋아지지 않는 경우는 야간에 코골이와 무호흡 증상은 없는지, 기면증과 같은 과수면 질환은 없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건전한 현실이 장밋빛 미래를 꿈꾸듯 건강한 아이들이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김광훈 〈맥수면 이비인후과 원장〉

김광훈 맥수면 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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