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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순섭의 역사공작소] 갈무리하며

2022-12-28

[함순섭의 역사공작소] 갈무리하며
함순섭 국립경주박물관장

수년 전 방송 시사프로에서 자주 사용하여 이제 너무나 익숙해진 낱말이 '팩트체크'다. 요즘 이 팩트체크를 상기시키는 공익광고가 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헛소문과 사이비가 있기에 혼란케 하는 사회 문제를 항상 검증하라는 내용이다. 이러한 사실 검증이 몸에 밴 분야는 역사학 계열이다. 오죽하면 사료 비판에서 시작하여 사료 비판으로 끝을 맺는 게 역사학이라고 하겠는가. 역사학 계열 연구자는 성과가 쌓이거나 새로운 사료가 발굴되면 기존 해석을 수정하거나 폐기한다. 그래도 사료 비판에 근거를 두는 건 불변의 원칙이기에 벗어남을 용납하지 않는다.

대표 사례는 고구려 광개토왕비의 해석이다. 제국주의 일본이 정치적으로 이용한 탓에 끊임없이 조작설에 휘말렸고, 오래도록 비문 전체의 해석보다 정치적으로 이용할 겨우 몇 문장에만 온통 시선이 꽂혔다. 새로 비문을 읽기 시작한 시점은 1980년대 중반부터이다. 잘 알려진 광개토왕의 치적뿐만 아니라, 고구려 왕릉을 지키고 가꾸는 방식에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였음과 문장의 구성 방식이라든가 서사 구조를 분석해 내었다. 또한 철저히 고구려 시선으로만 동북아시아 여러 국가를 평가했고, 광개토왕의 치적이 우상화된 점도 살필 수 있었다. 그러기에 오늘날 연구자는 광개토왕비가 과장된 사료이기에 고구려의 세계관을 전제로 두고 해석하려 한다. 지난 130여 년 동안 사료로서 광개토왕비를 제대로 살핀 건 겨우 40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광개토왕비를 검색하면 온통 조작설과 임나일본부설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글만 가득하다. 확증편향만 가득한 글이 상위에 걸려있으니 난감할 따름이다. 비단 이 문제만은 아니다. 요즘은 특히 가야를 둘러싸고 말이 많으며, 전문 연구자의 주장은 너무 쉽게 매도된다. 가장 극단적인 표현은 가야사를 다루며 일본서기를 언급하면 모두 식민주의 사학자라는 발언이다. 그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임나라는 낱말이 광개토왕비에 나오는데도 말이다. 사료 비판은 사료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사실성 여부뿐만 아니라 왜곡이나 변형의 정도도 가려낸다. 교차 검증을 통해 어떤 게 우위에 있는 사료인지도 분명히 한다.

우리말에서 마음을 끄는 낱말에 갈무리가 있다. 일 따위를 하며 잘 끝맺음을 한다는 뜻이다. 팩트체크를 위해 모두 노력하자고 부탁드리며 이것으로 역사공작소를 갈무리한다.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국립경주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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