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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送舊迎新, 이곳 어때요?" 한해 보내고 새해 맞이하기 좋은 명소 톱4

2022-12-30

[주말&여행] 送舊迎新, 이곳 어때요?  한해 보내고 새해 맞이하기 좋은 명소 톱4
무학대사가 '달을 보고 깨우쳤다'는 간월암. 바다가 들면 섬이고 바다가 나면 뭍이다. "아, 길이 나고 있어!" 바다는 길을 열어 준다.

12월은 매듭의 달, 한 해가 저문다. 시간은 살같이 달아나지만, 마주칠 때마다 눈빛을 반짝여 주던 강물과 믿을 때마다 용기를 주던 신화들 그리고 낯선 발걸음을 거두어 주던 낯선 사람들은 내 움푹 팬 뺨에 침전돼 있다. 또한 세상 바쁘게 출렁이며 시작은 무엇이냐 끝은 무엇이냐 줄기차게 되묻던 세상 한량인 바다도 잊지 못한다. 1월은 해오름의 달, 저물면서도, 저물면서도 매일 해는 떠오르지만 지금은 새해를 맞이하는 때. 움푹 팬 뺨을 어루만지며 가장 튼튼한 징검다리를 사뿐히 건너는 시간이다.

경남 하동 갈사포구

[주말&여행] 送舊迎新, 이곳 어때요?  한해 보내고 새해 맞이하기 좋은 명소 톱4
섬진대교 아래 남해 바다가 시작되는 첫 포구인 갈사리. "여긴 일몰이지. 아는 사람만 오는." 바다 건너 광양국가산업단지 위로 태양이 지고 축축한 갯벌은 금박처럼 빛난다.

하동의 산업로는 섬진대교로 이어져 광양으로 뻗어 있다. 섬진대교는 광양과 하동을 잇고 섬진강과 남해 바다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섬진대교 아래에 남해 바다가 시작되는 첫 포구인 갈사리가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자연마을인 명선, 나팔, 연막이 이어지고 그들의 바다는 광양제철소, 광양 국가 산업단지, 하동화력본부, 갈사만 조선 산업단지 등에 포위되어 있다.

나팔마을의 횟집 아저씨는 말씀하신다. "여긴 일몰이지. 아는 사람만 오는." 아저씨의 손끝에 바다 건너 광양의 국가 산업단지가 걸려있다. 하늘을 가르고 선 수직의 구조물들 위로 태양이 내려앉고 있다. 해안의 정적은 깊다. 물이 빠져나간 축축한 갯벌은 금박처럼 빛나고 포구에 정박해 있는 배 위에는 어부가 서 있다. 정적은 그 모든 것들 사이에 꽉 들어차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울음주머니가 불룩해진 맹꽁이처럼 도리어 내 가슴이 부푼다.

☞여행 Tip 45번 중부내륙고속도로 창원 방향으로 가다 칠원 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 진주, 함안 방향으로 가다 하동 IC에서 내린다. 59번 산업로로 섬진대교 방향으로 가다 갈사교 건너 좌회전한다. 서근마을 입구에서 우회전, 마을을 관통해 들어가 다시 명선마을을 통과하면 해안도로가 나온다. 해안도로를 따라 나팔마을, 연막마을이 차례로 이어진다.

충남 서산 간월암

충남 서산의 남쪽 부석면(浮石面). 그 남쪽은 옛날 섬이었던 간월도리, 또 그 남쪽은 천수만이다. 간월도리의 가장 남쪽이자 천수만의 가장 북쪽에 간월암(看月庵)이 있다. 섬에, 섬만 한 절집이 올라앉아 있다. 숫제 섬이 암자고, 암자가 섬이다. 바다가 들면 섬이고 바다가 나면 뭍이다. 작다. 아주 작아서 차라리 갯바위다. 바다에 부양(浮揚)되는 부석이다.

육지에서 절집까지는 50m 정도다. "아, 길이 나고 있어!" 바다는 길을 열어 주었다. 그것은 얼마나 행운인가! 서쪽에는 안면도 긴 섬이 으스레하고, 동쪽에는 내륙의 홍성 땅이 아스라하다. 가까운 뭍은 먹먹하고, 한없는 남쪽 바다는 막막하다. 몇 걸음 만에 사방 세상을 마주한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서산 사람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을 보고 깨우쳤다' 해서 간월(看月)이다. 1942년 봄, 서른의 성철 스님은 스스로를 이 섬에 부려 가두고 참선에 들었다 한다. 이마에 손을 얹고 달을 본다. 한낮에 달은 없기도 하고 있기도 하다. 해님은 구름 속에 분명히 계신다. 모두가 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은 꼭 온다.

☞여행 Tip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으로 가다 회덕분기점에서 당진 전주 방향, 다시 유성분기점에서 당진 방향으로 간다. 당진 분기점에서 15번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남하하다 홍성IC로 나간 후 96번 지방도를 타고 서산 방향으로 가면 된다. 서산 방조제를 지나면 바로 간월암이다.

경남 양산 가야진사

[주말&여행] 送舊迎新, 이곳 어때요?  한해 보내고 새해 맞이하기 좋은 명소 톱4
양산 용당리 가야진사의 홍살문이 낙동강을 향해 열려 있다. 조선 세종 때 황룡이 물속에 나타났다는 기록이 있다.

양산 용당리는 낙동강 변의 마을이다. 강변의 나루터는 가야진(伽倻津). 눌지왕 때 신라가 가야를 정벌하기 위해 왕래하던 나루터라 한다. 강 건너 맞은편에는 자그마한 용산이 있다. 그 아래 낙동강에서 가장 깊다는 용소에는 용신(龍神)이 산다고 전한다. 나루터 앞에는 용신에게 제를 올리는 사당인 가야진사와 천제단이 있다. 양산 사람들은 이 사당이 신라 초기에 창건되었으며 신라가 가야와 백제를 방비하고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천지신명께 제사를 드린 곳으로 알고 있다.

천제단의 동서남북에는 홍살문이 서 있다. 그 내부가 청정하고 신령스러운 공간임을 상징한다. 홍살문 북문은 가야진사를 향해 열려 있고 남문은 낙동강을 향해 열려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세종 때 황룡이 물속에 나타났다는 기록이 있다. 고요하여, 깊이 집중하면 용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부릅뜬 용의 눈동자와 마주칠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용은 바람을 일으켜 소리를 흩어 놓고 윤슬을 일으켜 시선을 감추는 거다. 용당리 낙동강에는 용신이 산다.

☞여행 Tip 경부고속도로 물금IC에서 내려 1022번 지방도를 타고 밀양, 대구 방향으로 간다. 원동면 지나 조금 가면 당곡마을 왼쪽 길가에서 가야진사 이정표를 찾을 수 있다. 경부선 기찻길 굴다리를 지나면 곧 가야진사 일대가 넓게 자리하고 있다.

충북 진천 농다리

[주말&여행] 送舊迎新, 이곳 어때요?  한해 보내고 새해 맞이하기 좋은 명소 톱4
천 년 전에 놓여 졌다는 진천의 농다리. 하나하나의 교각은 동양의 고대 천문학에서 설정한 28개 황도대의 모든 별자리라는 이야기가 전한다.

1천여 년 전 몹시 추운 겨울날 한 여인이 천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여인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친정으로 가는 길이었다. 천에서 세수를 하고 있던 임씨 장군은 여인을 딱하게 여겨 용마를 타고 돌을 날라 다리를 놓아주었다고 한다. 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동구 앞을 흐르는 미호천에 놓여있는 농다리의 전설이다.

농다리의 '농'은 물건을 넣어 지고 다니는 배롱의 '농(籠)'에서 유래했다고도 하고, 장군의 용마에서 '용'자가 와전되어 '농'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하나하나의 교각은 동양의 고대 천문학에서 설정한 28개 황도대의 모든 별자리라는 이야기도 전한다. 배롱 메고 별들을 건너든, 용마 타고 별들을 건너든, 이보다 더 멋질 수 있을까. 하늘에서 보면 꿈틀대는 지네와 같다고 한다. 지네의 척추에 발을 디뎌본다. 수천 개의 돌이 하나로 엉겨 아우성이다. 하나의 흐름이 28개로 갈라져 좁은 틈을 빠져나가느라 정신없다. 물소리, 돌 소리에 지네가 꿈틀댄다. 단단한 땅을 디디고 서자 다리도 움직임을 멈춘다. 아찔하고 아우성이고 정신없던 것은 나였을 뿐. 그러니 그대는 사뿐히 건너시라.

☞여행 Tip 중부고속도로 진천IC에서 좌회전, 21번 국도를 타고 성석네거리에서 34번 국도로 좌회전한다. 지석마을 지나 우회전하면 농다리 입구가 나온다. 고속도로부터 표지판이 되어있어 찾기 쉽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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