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배려로 갈등 극복한
노부부의 삶의 지혜 배워야
정치·경제·사회 등 전 분야
서로 협조와 양보, 위로하며
살아가는 한 해가 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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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
정답이 없네. 극한 갈등 속에 보낸 지난해를 돌아보니 떠오르는 말이다. 교수들이 선정한 2022년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라고 한다. 공자께서 하신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고 한다"라는 말씀 중 일부이다. 옳은 말이지만 먼저 정리되어야 할 것이 있다. 잘못이라고 판단하려면 정답이 있어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문제이다.
사실 우리 사회는 정답을 결정하는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해 두고 있다. 국민의 대표들로 구성된 국회에서 공동체가 지켜야 할 원칙인 법률을 만든다. 정부는 법에 따라 국민이 어떻게 생활할지에 대한 정답을 제시해준다. 이 과정에서 분쟁이 생기면 법원이 법을 해석해서 어느 쪽이 잘못했는지 판단해 준다.
저서 '법의 정신'에서 이러한 삼권분립이론을 주장한 몽테스키외는 "법이 지탱되는 것은 그것이 공정해서가 아니라 법 자체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보다 훨씬 선배 사상가인 소크라테스 역시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었다. 지구상에 혼자 남아있어도 자신의 내면과 갈등한다는 인간들이 함께 사는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다수결에 의해 결정된 법을 정답이라고 인정하고 따라야 한다는 말인 듯하다.
그런데 정답이라고 인정해야 하는 다수결이 항상 진리인지는 의문이다. 2022년은 사회적 갈등이 두려움으로까지 느껴지던 한 해였다. 저쪽이 싫어서 이쪽을 찍었다는 대통령선거는 0.73%포인트라는 역대 최저 득표율 차이로 끝났다. 그래도 다수결로 정권을 잡았으니 정부가 결정하고 추진하는 모든 일이 정답일까.
야당은 역대 최다 의석을 보유하며 여소야대 정국을 이끌고 있다. 몇 번 합의를 시도하는 듯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그대로 표결에 부쳐 법률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의회민주주의 원칙인 다수결에 어긋나지 않으니 야당이 통과시키는 모든 법은 정답일까.
지난 연말 KBS의 '황금연못'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혁신·김지영씨 부부'를 만난 적이 있다. 80대와 70대인 노부부가 아직도 어떤 자리든지 함께 다니며 금슬을 자랑한다고 하니 역대 5천명의 출연자 중 15명만 엄선된 400회 특집 방송에 출연할 만하다. 12살이나 차이 나고 서슴없이 닭살 돋는 애정 표현을 하다 보니 정상적인 부부관계가 아니라는 오해까지 받는다며 농담한다.
평범해야 정상인데 요즘 세상에서는 결코 평범하게 안 보이는 부부애의 비결을 물어보았다. 자신들을 포함하여 갈등 없는 부부는 없다고 하면서 각자 하나씩 비법을 알려준다. 남편은 아내가 아무리 바가지를 긁어도 나중에 차분히 설득할 생각으로 일단 들어준다고 한다. 아내는 평소 잔소리를 하면서도 남편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일정한 선을 지킨다고 한다.
세상사의 정답을 배웠다. 이해와 배려 속에 사랑하며 해로하는 노부부의 삶의 지혜가 2023년 한 해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전파되었으면 한다. 평범한 노부부가 정답 없는 세상 속에서 정답을 만들어 가며 가정의 행복을 유지하는 것처럼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비난보다는 위로, 방해보다는 협조, 갈등보다는 양보로 정답을 만들며 살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훈수 두기는 참 쉽다. 오죽하면 바둑 훈수는 10단이고, 축구 훈수는 메시 수준이라는 말까지 있을까. 장삼이사인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세상사 훈수 두는 칼럼을 쓰느라 신년 초하루부터 사무실에 나와 있었으니 오늘은 집에 돌아가면 어떠한 잔소리라도 달게 들어야겠다. 이게 정답인 듯하다.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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